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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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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4일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한 점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접근법의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도 이양에 반대하는 한국 내 보수 지식인과 여론 주도층의 견해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시했다.

◆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두 정상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에 대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을 회담의 핵심 성과로 내세웠지만 그런 방안은 내가 재임 중이던 2002~2004년에도 한.미 간에 자주 논의됐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미 정상회담 등 중요한 계기마다 '대북 포괄적 접근 방안'에 합의했지만 실행을 할라치면 미국 행정부 '높은 곳'에서 가로막아 번번이 좌절됐다"고 회고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표현이 등장한 걸 보면 실제 실현 가능성은 작을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 마이클 그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지난해까지 백악관의 한반도정책 핵심 참모였던 그는 "한.미 동맹은 겉으론 상처가 난 듯 보이지만 상당히 건전하다"고 전제하고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이 이 사실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동의 대북 포괄적 접근 방안'에 대해선 "미국은 북한에 당근보다 채찍을 많이 내놓고, 한국은 그 반대 상황"이라며 "양국은 앞으로 모든 당근과 채찍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무엇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적절할지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회담을 전후해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7월 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미국이 촉발한 게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에 '위기를 증폭시킬수록 그에 상응하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란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찰스 퍼거슨 핵무기 확산금지 전문가=그는 1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도 대북 문제 해법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한국은 진보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미국은 보수적 입장에서 다루고 있어 두 나라 사이엔 긴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주용식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는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와 관련, "지금은 그런 걸 거론할 시점이 아니다"고 분명한 거부 입장을 보인 데 대해 "현재 부시 행정부의 관심은 기존의 대북 제재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나 핵실험 시 어떤 제재를 추가할 것이냐로 이미 확대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과거부터 계속돼 온 제재만 인정하는 수준으로는 한.미 간의 대북 공동 대응이 앞으로도 힘겨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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