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공석 두 달 … 후임 인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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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간의 이목은 공영방송의 수장인 KBS 사장에 누가 임명될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등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의 선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 제도화해야"=사장 선임과 관련한 쟁점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의 제도화다. KBS 노조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KBS의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추위 제도화 등을 요구하며 단식과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7월 KBS 노조는 사추위 구성과 관련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조합원 79.2%의 지지를 얻었다. 사추위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이와 관련해 KBS 이사회는 11일 공모제를 통해 사장을 선임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가 주장하는 사추위 제도화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 정치권의 밀고 당기기=정연주 사장의 재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더 큰 불씨를 안고 있다. 정 사장의 임기는 6월 30일로 끝났다. 하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정 사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정치권의 밀고 당기기로 3기 방송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사장 임명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회도 지난 4일에야 꾸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적대는 청와대의 태도에 한나라당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청와대가 KBS 이사에 대한 임명장 수여를 미루는 등 늑장을 부리는 것은 정 사장 연임 방침을 정한 청와대의 시간 벌기"라고 주장했다. KBS노조도 지난달 3일 특보를 내고 "정 사장이 연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일삼는 등 사전 내락설이 퍼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지만 정 사장의 연임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KBS 내부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KBS 노조가 4월 발표한 사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KBS 구성원의 82.2%가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거세다. 한나라당은 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며 '편파 방송 저지 특위'까지 만들고 11일에는 'KBS 정연주 사장 연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도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정 사장의 연임이 비정상적인 절차로 인한 것임은 물론 이로 인해 KBS의 공영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김형오 원내대표)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앞선 6일 20여개 시민단체모임인 한국선진화시민단체 연합회도 "재임 기간에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한 정연주 KBS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 KBS 출신 사장 나올까=그럼에도 일부 언론 관련 시민단체 등은 정 사장을 지지하는 듯하다. 한나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 사장을 비판한 발제자와 토론자를 반박하며 "팀제 도입 등으로 1000여 명의 간부를 줄인 것은 경영 효율성 면에서 박수 받아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KBS 일부에서 "대안이 없다"며 정 사장의 연임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BS에서 고위직이나 간부 등을 지낸 인사들의 이름이 사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등 KBS 출신 사장을 기대하는 기류도 있다. 3월 한길리서치가 KBS 직원 152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변수다. KBS 출신 중 사장에 적합한 인사를 물은 결과 고위직을 역임한 K씨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BS 이사진의 분포를 볼 때 이들 중 사장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이사회가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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