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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국내에선 돌 주먹 나가면 솜방망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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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리옹(프랑스)=외신종합】프로복싱 WBA슈퍼미들급챔피언 백인철 (백인철·29)이 스피드가 뛰어난 도전자 크리스토프 티오조 (27·프랑스·동급1위)에게 두 차례 다운을 당한 끝에 6회 KO패, 3차 방어전에서 타이틀을 넘겨줬다.
백인철은 30일 밤 (한국시간 31일 새벽) 프랑스 리옹 팔레데 스포츠홀에서 벌어진 지명방어전에서 키가 7cm나 큰 티오조(1m85cm)의 스피드에 눌려 2, 3회에 각각 다운을 당하는 등 열세를 면치 못한 끝에 6회20초를 남기고 소나기펀치를 맞아 주심 카를로스 베로칼 (파나마) 의 경기중단으로 해외원정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대전료 35만 달러 (약2억4천5백만 원)를 챙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백은 키가 큰데다 스피드가 뛰어난 도전자 티오조의 날카로운 왼손 잽과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속수무책, 무모하게 파고들다 2, 3회에 각각 가벼운 다운을 당했다. 이후 주도권을 뺏긴 백은5회에 왼쪽 눈위마저 찢어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백은 6회 들어 사력을 다해 반격을 노렸으나 막판 티오조의 소나기펀치를 허용하자 주심이 경기를 중단한 채 도전자의 승리를 선언했다.
6회 들어 도전자도 스피드가 많이 처진 상황이어서 국내 링이라면 이때도 한차례 다운으로 간주, 맷집이 강한 백이 역전승도 노릴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중량급 간판스타인 하드펀처 백인철의 해외에서의 침몰은 국내 프로복싱의 취약점을 또 한번 드러낸 것이다.
이제까지 23개의 세계타이틀을 획득한 한국은 68년5월 WBA주니어미들급챔피언 김기수 (김기수) 가 이탈리아의 마징기에게 타이틀을 뺏긴 이래 원정 타이틀방어전에서 백인철까지 12명의 복서가 5승11패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 89년6월 김용강 (김용강·WBC플라이급) 이래 문성길 (문성길·WBA밴텀급) 최점환(최점환·WBC스트로급) 등에 이어 적지타이틀방어전에서 4연패를 마크하게 됐다.
이같이 한국챔피언들은 국내에서 다분히 프러모터들의 뛰어난 섭외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타이틀을 획득한 후에는 기량향상보다 대전료에만 관심을 쏟다 이같이 쉽게 타이틀을 넘겨주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4명의 세계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날 백의 원정패배로 당분간 국내방어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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