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보」와 암탉(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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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까지 남녀의 차이를 말할때 흔히 남자는 논리적이고 여성은 감성적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심리학자 앨런 페인골드박사가 얼마전 미국심리학지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의 지능및 적성차이는 생물학적인 것이기보다는 남녀차별주의에 의한 사회교육의 결과라고 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 47년부터 80년까지 미국 남녀학생들의 학력검사성적을 분석한 결과 아직도 말하기,쓰기등 어학부문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평균성적이 높고 남학생은 논리적인 추론,수학능력에서 여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으나 그 성적차이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어 80년도엔 47년의 50%까지 간격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인골드박사는 『보다 평등한 사회가 되면 남녀는 보다 유사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적지는 않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최근들어 학교성적에서 남녀차이가 줄어드는 것은 남녀차별을 줄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시험문제자체가 남녀차이를 줄이도록 출제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미국의 가정에서는 계집애라고하여 소꿉장난감만을 가지고 놀게하는 부모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변화가 남녀 어린이의 적성이나 지적능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 남녀간에 나타났던 성적역할의 차이가 선천적인 것이든 후천적인 것이든 간에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그 간격이 점차 좁혀져가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공문서인 『관보』에 여성을 비하시킨 글귀가 실려 여성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매일 2만부씩 발행하는 총무처의 『관보』 편집담당자가 원고를 인쇄소에 넘기면서 자투리면이 생기면 메우라고 격언집을 하나 주었는데 인쇄소에서 아무거나 집어넣은 것이 여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 내용인즉 『암탉은 하나의 달걀로 또다른 달걀을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다』는등 실로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한국의 여성지위는 세계에서 44위에 머물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설사 의도적인 행위는 아니라 하더라도 담당공무원들이 저지르는 사소한 부주의가 이렇게 엉뚱한 결과를 낳는경우가 요즘 너무 자주 눈에 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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