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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경제위해 정치 악수/다가오는 한소수교…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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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10월까지는 무언가 될듯/남북한 모두 연쇄파문 예상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의 방소단이 연내수교에 합의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소련의 의도와 한소수교가 한반도 주변정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한소간 총영사관 설치나 상주대표부 교환설 등에 회의를 표명해오던 외무부 관계자들도 『중간단계없이 바로 수교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며 한소관계는 그 방향이 맞을 것』이라며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을 의식해 수교에는 소극적 입장이던 소련의 태도변화는 경제협력을 계속 확대하기 위해선 수교가 필수적이라는 우리측 주장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데 따른 것으로 짐작된다.
한소간의 교역량은 지난해 이미 6억달러에 이르렀으나 소련측은 금년에도 계속 『한국측이 생각보다 대소경제협력에 소극적』이란 불만을 토로하면서 경협확대를 계속 요구해온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와관련,김최고위원의 방소기간중인 지난 23∼27일간 서울에서 열린 한소경제인합동회의에선 양국간 무역협정의 시간표가 합동기자회견으로 발표됐다.
양국은 오는 4월중 한국과 소련을 직접 연결하는 상업통신망 구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5월에는 투자보장및 이중과세방지 협정 등에 대한 협상을 개시키로 했다.
소련측은 이번 회의에서 자국내에서 협력가능한 프로젝트 69개 품목의 목록을 우리측에 제시했으며 1백여건의 교역및 투자를 요청해왔다.
소련의 경제사절단은 특히 이승윤부총리ㆍ박필수상공장관및 청와대를 방문,김종인경제수석을 만나는 등 「눈에 띄는」 일정을 보냈다.
김최고위원의 방소와 같은 시기에 이뤄진 이같은 행사는 대소차관 공여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켜 정치교섭과 경제협력을 병행시키는 쪽으로 소련측 입장이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하나의 가설이 되고 있다.
한편 소련의 사절단은 방한직전 일본에 들러 우리측에 제시한 각종 프로젝트를 일본 기업과 협의한 바 있어 극동및 시베리아 개발에 양국의 경쟁을 유발하려는 의도까지 보이고 있다.
소련의 이같은 대한접근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정책변화도 시사하는 것이어서 남북문제와 관련해 소련의 역할이 주목된다.
소련의 모스크바 방송은 지난 24일 북한에도 변화의 시점이 도래했지만 변화의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개방에 폐쇄적인 북한측을 직접 꼬집었다.
이것은 동서화해시대를 맞아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점점 감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한에도 개혁압력을 넣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유도하려는 계산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련은 자신이 아태국가임을 선언한 바 있어 한반도에서 영향력강화의 한 수단으로 대한수교를 선택했다고도 보여진다.
한소간에 연내 수교일정이 합의되면 한소간의 수교협상은 상당히 피치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김영삼최고위원이 돌아와 청와대회담에서 큰 줄기가 정해지면 상반기중에 바로 정부간 교섭이 시작되고 9,10월이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 같은 것도 가능하다.
한소 수교가 직접적으로 남북간 문제에 미칠 연쇄적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며 동북아의 북한도 더이상 고립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돼 남북문제에 있어서 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것은 곧 북방외교가 겨냥하는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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