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백두장사 '으랏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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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급(1백5.1㎏ 이상)은 '씨름의 꽃'이다. 연봉도 백두급 선수가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러나 요즘 백두급 경기가 시들하다. 금강급(90㎏ 이하)이나 한라급(1백5㎏ 이하) 경기가 화려한 기술씨름으로 빠르게 팬들을 늘려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대로 된 기술을 보여주지 못하는 탓이다. 지루하게 대치하다 경기제한시간(2분)을 넘겨 연장전에 들어가기 일쑤다. 시작하자마자 번개처럼 승부를 가르는 금강.한라급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기술도 밀어치기.들배지기 등 단순한 기술만 등장한다. 화려한 뒤집기는 백두급에서 실종된 지 오래다. 짜릿한 맛이 있을 리 없다. 원로급 지도자인 성석윤 인천대 씨름감독이 "옛날에는 백두급 장사들이 지금의 금강급이나 한라급 선수들의 기술을 갖췄는데 지금은 그렇질 못해"하며 아쉬워할 정도다.

20일 전남 순천의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03 세라젬배 순천장사씨름대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8강전 첫 경기인 이태현(현대)-김경수(LG)전은 첫판부터 제한시간을 넘겨 무승부였다.

팬들의 시선을 끈 '원조 골리앗' 김영현(신창)과 신세대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LG) 간의 준결승 역시 지루했다. 첫판부터 서로 들배지기만 집요하게 시도하다 44초 사이에 여섯번씩이나 '장외'로 경기가 중단됐다. 결국 첫판은 제한시간을 넘긴 무승부였다. 김영현은 둘째판에서 왼덧걸이로 최홍만을 눕혀 골리앗 간의 대결에서 3승2패로 한발 앞서게 됐다.

이태현-김영현 간 결승전 첫판도 제한시간 초과 무승부였다. 이태현은 둘째.셋째판을 내리 따내 주의를 받은 김영현을 2-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순천대회 우승은 이태현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7월 결혼 이후 첫 황소 트로피인 데다 스승인 김칠규 감독이 꼭 10년 전인 1993년 순천에서 우승한 '전통'을 제자가 같은 장소에서 이었다는 의미도 있다.

순천=진세근 기자

◇백두급 전적:▶장사=이태현(현대)▶1품=김영현(신창)▶2품=박영배(현대)▶3품=최홍만(LG)▶4품=백승일(LG)▶5품=김경수(LG)▶6품=황규연(신창)▶7품=권오식(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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