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청나라 한국사에 편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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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의 한족(漢族)은 한(漢).당(唐) 이후 만주 지역을 한번도 완전하게 지배한 사실이 없다. 고구려와 발해를 이어 만주 일대에 건국된 여진족의 금(金)과 만주족의 청(淸)을 넓은 의미에서 한국사의 일부로 편입해 중국의 악의적인 역사 왜곡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한국의 고대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고구려연구회(서길수 이사장) 소속 학자들이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 공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국내 주류 사학계에서 금.청을 한국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 등 한민족의 고대사를 송두리째 중국의 지방정권 역사로 편입하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정면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성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라는 제목의 이날 학술 세미나에서는 고조선.고구려.발해와 중국의 근현대사를 전공한 대표적인 학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서길수 서경대 교수는 "현행 한국의 역사 교과서는 중국의 기존 사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만주 지역에서 성립된 요(遼).금.원(元).청을 모두 중국의 역사로 인정하고 있으나 이는 중화사상에 물든 사대주의(事大主義) 사관"이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왜곡 차원을 넘어선 중국의 한국 고대사 침탈 행위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신사관(新史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서 교수는 중국 한족과는 별개로 북방 민족들이 만주 지역에 세운 역대 왕조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주장은 한.당 이후 중국 본토(중원)에 들어선 한족 정권인 송(宋)과 명(明)이 북방 민족인 금과 청에 각각 정복당했고, 당나라 멸망 이후 1949년 공산 중국이 건국될 때 까지 1000여 년간 한족이 만주 지역을 완전하게 지배하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이런 사관에 따라 중국과 역사 갈등을 겪은 몽골은 흉노→선비→유연→돌궐→위구르에 이어 요와 원을 자국 역사로 편입했다고 서 교수는 전했다.

이 같은 새로운 접근법에 근거해 이날 세미나에서는 금과 청을 한민족 역사 범주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위현 명지대 교수는 "송사(宋史)에는 금 태조(太祖) 아고타의 8대조가 통일신라 왕족 출신의 김함보(金函普)라는 기록이 있다"며 "통일신라와 발해를 남북국으로 기술하듯 금.고려 시대를 남북조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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