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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실패에는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엔 벌을 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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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15 AM'.

피터 드러커, 마이클 포터와 함께 세계 3대 경영 석학으로 꼽히는 톰 피터스(사진)는 14일 한국능률협회 주최로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상상을 경영하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이런 슬라이드 화면을 보여줬다. 매년 75회 이상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는 톰 피터스는 지금까지 2000번 이상의 강연을 했다. 그중 가장 일찍 열렸던 강연회가 오전 6시15분 GE에서였다고 한다. 그는 "GE에서 말하길 '원래 회사 세미나는 오전 5시30분에 열리는데 당신은 외부 인사라서 특별히 시간을 늦췄다'고 하더라"며 "남들보다 잘하려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라"고 조언했다.

그의 강연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마이클 포터(미 하버드대 석좌교수.경쟁전략 이론의 대가)에 대해서는 '꿈만 꾸는 책상물림', 피터 드러커(경영혁신 이론의 창시자로 2005년 타계)에 대해서는 시스템만 강조한다고 평가절하하는 등 경쟁자에 대한 평가도 적나라했다. 강연에서 GM 같은 거대 기업은 실패 사례로 집중적으로 거론됐지만, 스타벅스와 GE는 모범 사례로 자주 등장했다. 특히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현장경영을 높이 평가했다. 하워드 슐츠는 매년 적어도 25개의 매장을 방문한다고 한다. 톰 피터스는 "미국의 다른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장을 방문하더라도 몇 개월 전에 알리고 많은 수행원을 대동하며 요란을 떤다"며 "한국 CEO들은 그렇지 않겠죠"라고 물었다.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한국 CEO들의 현장 방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톰 피터스는 여러 차례 "여성이 경제성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과 관련된 시장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앞으로 가장 큰 기회의 시장으로 부상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 인터넷은 잊어라. 경제성장은 여성이 좌우한다'는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

◆ 작은 기업이 좋다='소기업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하는 질문을 받고 '대기업을 하나 사서 기다려라'고 답했다(웃음). 왜 젊은이들이 대기업에서 일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 같으면 차라리 이베이 같은 곳에서 일하겠다. 거대 합병게임은 에너지 낭비다. 대기업끼리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은 관료주의를 확대할 뿐이다. 한국 은행들의 합병도 안 했으면 한다. 성공적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중소기업이 미래를 바꿀 것이다.

◆ 초우량 기업의 조건=시스템이나 전략 계획보다는 사람과 열정이 초우량 기업을 만든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기업의 생명력은 창조성과 상상력이다. 피터 드러커는 시스템이 좋다면 경영이 다 잘될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시간이 지나면 관료적으로 된다. 나는 행동을 중요시한다. 초우량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이 중요하며, 진정한 혁신은 멋진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험하고 거기서 뭔가를 배우는 과정이다. 미쳐 보일 정도로 새로운 것을 하다가 실패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성공해도 별 이득이 될 것 같지 않은 프로젝트를 2년간 붙들고 있는 것은 문제다. 멋진 실패에는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는 벌을 주라.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열정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서경호 기자

◆ 톰 피터스=1942년 미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토목공학 학사.석사를 마치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론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66 ~ 70년 미 해군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국방부에 근무한 다음 74 ~ 81년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서 일했다. 82년 출판한 '초우량기업의 조건'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21세기 최고 '경영의 구루(스승 혹은 대가)'로 부상했다. 2002년 액센추어 전략변화연구소가 선정한 '비즈니스 지식인 50인' 중 마이클 포터에 이어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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