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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소신 밝혀야 할 교육부총리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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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신일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오늘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평준화.외국어고 모집 지역제한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고교 등급제와 본고사.기여입학제를 금지한 3불(不)정책도 지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내 생각은 기본 방향에서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 그가 주장해온 내용과 전혀 달라 실망스럽다.

김 후보자는 오랫동안 정부의 교육정책에 관여해 왔고, 올해 서울대 교육학과를 정년퇴임한 교육계의 원로다. 특히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수월성(秀越性) 교육, 학교 다양화, 대입 자율화, 교육 경쟁력 등을 강조해 왔다.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황폐화되는 우리 교육을 살리는 지름길이기에 많은 사람이 이에 공감했다.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교육부총리 내정 이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보였다. 이달 초 교육혁신위원회 주최 학술모임에서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국가주의적 통제정책으로 인한 경직된 획일성"이란 요지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총리 후보가 되자 참석을 취소한 뒤 "학자의 이야기와 정책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다 이번 서면 답변에선 아예 기존 정책을 되풀이했다.

김 후보자는 교육철학과 정책을 소신 있게 밝혀야 한다. 이 정권 인사들의 코드에 맞춘 '앵무새 답변'으로 일관하면 군자표변(君子豹變)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김 후보자는 부총리 감투를 위해 평생의 신조를 버릴 것인가. 교육 자율화와 시장경제 원리 도입을 주장하다 교육 수장이 된 뒤 평준화 정책을 밀어붙인 김진표 전 부총리로 인해 우리 교육계가 겪은 혼란을 생각해 보라. 백년대계를 위하는 교육계 원로의 고뇌에 찬 소신을 기대한다. 여야 의원들도 청문회에서 진지한 검증작업을 해야 한다. 무조건 감싸거나 반대하기보다는 교육정책을 놓고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