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부푼 볼쇼이 서울행/본사 김진기자 동승취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잊지못할 무대될 것”/보트카로 흥겨운 기내 축배파티/몸매유지 비결은 “끊임없는 연습”
2백년간 다져온 러시아 예술의 자존심이자 소련의 자랑인 볼쇼이 발레단이 25일 오후1시30분 서울에 모습을 나타냈다.
극장장 블라디미르 코코닌(52),예술총감독겸 수석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63),그리고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공주와 지그프리트왕자로 사랑의 춤을 추는 세미조로바(34ㆍ여)ㆍ패레토킨(26)부부등 발레스타들.
24일 오후8시40분(현지시간) 모스크바 쉐레메테보 국제공항. 태극마크가 선명한 한국 여객기로서는 최초로 모스크바에 기착한 보잉747KAL기에 오르면서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공연은 잊지못할 무대가 될 것』이라는 설레는 마음을 내비쳤다.
볼쇼이 발레단을 태운 KAL기가 한반도상공에 접어들자 극장장 코코닌은 창밖을 내다보며 『소련정부는 이번 볼쇼이 공연에 국가적 의의를 두고있다. 한소관계의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며 V자를 그렸다. 볼쇼이 일행은 발레단 1백13명,전속 오키스트라 85명,스태프 20명과 소련보도진 5명 등 모두 2백23명.
이들이 좌석에 앉자마자 러시아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볼쇼이 발레단원 여러분,대한민국에서의 역사적공연을 위해 탑승하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발레리나들의 인형같은 얼굴에 순간 환한 미소가 번져나왔다. 이어 얼마뒤 『안전벨트를 풀라』는 사인이 나오자 축배파티가 시작됐다.
단원은 와인ㆍ맥주따위의 부드러운 술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진ㆍ보트카ㆍ코냑ㆍ위스키가 불티나게 나갔다.
일등석에 앉은 『지젤』의 프리마 돈나 알라 미하일첸코(33)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소련 국내에서와는 다른 관심의 눈초리가 내게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며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다.
볼쇼이 최고의 술꾼은 무대감독 미하일 쿠릴코 류민 (35).
1백82㎝,95㎏의 거구인 그는 연방 보트카잔을 비우면서 『나의 외할아버지도 한국사람』이라고 소개
그는 『우리 기술진은 11시간 비행한 후 겨우 두세시간정도 쉬고 곧바로 세종문화회관으로 가 무대작업을 해야한다』며 『힘들지만 한국팬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번 볼쇼이 나들이에 따라오는 짐은 모두 12t.
화려하기로 정평이 난 『백조의 호수』 등의 나무세팅(무대배경)과 의상ㆍ오키스트라 악기들. 그는 술을 마시면서도 짐걱정을 끊이지 않았다.
1백68㎝,49㎏의 「춤주는 백조」 세미조로바는 몸매 유지 비결을 묻자 『다이어트는 하지 않는다. 먹고싶은 것을 다 먹어도 연습으로 에너지를 다 써버려 살찔 겨를이 없다』며 『연어ㆍ스테이크ㆍ치킨 등 기내식이 맛있어 다 먹었다』며 웃었다.
일등석 맨 앞자리에 앉은 수석안무가 그리고로비치는 88년9월 88올림픽 예술축전참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한국 방문.
그는 차분한 어조로 『이번 공연은 오키스트라ㆍ무대장치를 모두 서울에 옮겨 놓은 완벽한 공연』이라며 『북한에 한번도 가보지 않아 한국의 전통무용을 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엔 한국의 문화유적 등을 둘러보고 민족정신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볼쇼이 서울행을 동행취재하는 소련 보도진은 모스크바TV 문화담당기자 그리고리바(45ㆍ여),타스통신 문화부기자 벡스레르 이고르(50) 등 모두 5명.
소련언론의 관심도 적지않아 매일 오후9시부터 30분동안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와이드 뉴스프로 「시간」과 모스크바 라디오의 「워드서비스」에서는 『볼쇼이가 최초의 한국공연을 위해 24일(현지시간) 서울에 간다』고 보도했다
그리고리바는 『이번 공연은 양국간의 첫번째 중요한 문화교류』라고 평가하면서 『우리TV는 특집프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