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가 내놓은 소장품은 사연이 길다. 사형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한창 사형수를 면회하고 다니던 이태 전, 작가는 한 사형수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가로 13㎝.세로 18㎝ 크기의 비누상자처럼 생긴 종이상자였다. 상자 안엔 지우개로 만든 예수의 얼굴상(사진(右))이 들어 있었다. 지우개 16개가 차곡차곡 누워 있고, 예수의 얼굴 윤곽을 음각(陰刻)한 것이었다. 파내지 않은 부분은 검은색 사인펜으로 여러 번 덧칠돼 있었다. 오랜 세월 매만지고 다듬어 만든 이의 정성이 배어났다.
작가는 사형수가 예수상을 어떻게 만드는지 교도관에게 물었다. 사형수들이 틈틈이 젓가락 같은 걸 이용해 조각하고, 이렇게 만든 작품을 자원봉사자들에게 선물로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수상을 건넨 사형수는 1m75㎝ 정도의 키에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머리는 긴 편이었다. 어떤 죄를 지었나 알아봤더니, 10년 전 세상을 흔들었던 조직폭력배 '막가파'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이었다. 그때는 20대 초반이었지만 지금은 서른 줄에 들어섰다.
작가는 사형수와 함께 지낸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소설이 지난해 5월 출간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현재 소설은 53만 부 이상 팔려 2년째 문학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예수상을 준 그 사형수의 용모가 고스란히 소설 속 주인공의 용모가 됐다.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건의 장본인이라지만 직접 만나보면 그렇게 편안할 수 없었어요. 순한 사람이 어쩌다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혼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소설을 쓰게 된 동기라면, 아니 소설을 써야만 하겠다고 작정하게 된 건 바로 그 선량한 얼굴 때문일 거예요."
예수상의 원가라고 해봤자 지우개 16개 값이 전부일 터이다. 나눔장터 경매에 오를 예수상이 얼마에 팔렸으면 좋겠느냐고 작가에게 물었다.
"지금 교도소에는 한푼의 영치금도 없이 사는 사람이 1000명이고, 한 해 1만 원 이하의 영치금으로 사는 사람이 또 1000명이나 돼요. 얼마에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교도소에서도 돈이 없어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에게 1년에 1만원씩이라도 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사갔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나눔장터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까요?"
소설은 영화로 제작됐고, 마침 오늘(14일) 개봉한다. 배우 강동원씨가 사형수 역할을 맡았다.
손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