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랠리' 과연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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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으로 '제2의 중동특수'가 올 것인가.

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라크 파병을 통해 대미관계가 호전되고 북핵 문제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이라크 재건사업과 한.미관계에는 돌출 변수가 많은 만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장기적 효과 기대=증시 전문가들은 이라크 파병의 효과가 단기적으론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리서치본부장은 "파병 결정이 개별기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증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다"며 "한.미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오래 기다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백기언 상무도 "추가파병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재료"라며 "오히려 아시아 증시로 유입되는 미국 펀드의 규모가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JP모건 임지원 이사는 "한.미관계와 한국의 정치상황을 걱정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이라크 파병은 외국인들에게 생각보다 큰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이 본격화하면 경제적인 수익창출 효과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접 수혜주 주목=20일 증시에서 건설업종이 2.06% 상승하는 등 전쟁관련 수혜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감자결정 이후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고전했던 현대건설은 이라크 공사 미수금의 회수 및 전후 복구사업 참여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5% 넘게 상승했다. 남광토건.대림산업.대우건설 등 건설주들도 함께 올랐다.

잠수함과 구축함을 생산하는 대우조선해양과 장갑차.탱크 생산업체인 대우종합기계가 상승세를 보였고, 방독면을 생산하는 해룡 실리콘도 3% 가까이 올랐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이미 파병을 결정한 국가들의 증시가 상승세이고 중장기적으로 전후 복구사업에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가 예상된다"며 "이라크 재건과 관련한 건설업종이나 방위산업 업종, 그리고 이라크 전쟁 때 전쟁수혜주로 떠올랐던 종목들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차진호 연구원은 "건설업체의 재건사업 참여나 현대건설의 이라크 미수금 회수 문제는 빨라야 내년부터 논의될 문제"라며 "심리적인 기대감보다 개별 기업의 실적 개선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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