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증시/사상 두번째 폭락/엔화도 3년1개월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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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정책 신뢰도 크게 떨어져
『1억 일본인구가 모두 투기붐에 들떠있다』고 말할만큼 호황을 구가하던 동경주식 시장이 이상난주 현상을 보이고 있다.
22일 동경증시의 평균주가는 한때 전일보다 1천9백76엔이 떨어진 2만8천8백30엔까지 폭락,지난 87년 10월20일 블랙먼데이(세계증시 동시폭락현상)에 이은 사상두번째 하락폭을 기록했다.
증시뿐만 아니라 엔화도 외환시장에서 급격한 절하현상을 나타냈다. 22일 동경외환시장은 20일 일본은행이 재할인금리를 1%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엔화의 시세하락현상이 지속돼,20일 폐장가보다 1엔18전이 떨어진 달러당 1백54엔83전으로 거래를 끝냄으로써 87년 2월이래 3년 1개월만에 최저시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이 동시에 동요를보이고 있는데대해 전문가들은 채권시세의 하락현상을 포함,「트리플(주ㆍ엔화ㆍ채권) 저시대의 도래」라고 이름붙이고 있지만 원인에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가장 유력한 풀이는 구미각국에 비해 탄탄하다고본 일본경제와 금융ㆍ통화당국의 정책에대한 신인도가 크게 저하되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지난 3년간 연속 5%전후의 실질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일본경제가 90년도에는 정부관측으로도 4%정도에 그칠것으로 보인다.
또 「자본대국」을 뒷받침해온 경상흑자도 대폭줄어들 전망이고 지가폭등현상도 경제에 많은 주름살을 가져올 전망이다.
때문에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일본은행과 대장성이 큰 견해차를 보였다는 뒷얘기도 이같은 시장에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작용을 했다.
어쨌든 최근의 기록적인 주가폭락대행진은 40개월이나 계속되어온 대형 내수경기를 후퇴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일본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주가하락에 따라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이 줄어들고 따라서 설비투자에도 먹구름이 찾아들소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또 엔화가치하락 현상이 물가에 미칠 악영향도 악재의 하나다.
85년 선진5개국 재무장관 회담이후 시작된 엔화가치상승이 일본에 저금리,저원유가,달러화 약세라는 이른바 80년대 「3저호황」의 이점을 가져왔다면 최근의 주가폭락현상은 이3저시대가 종막을 고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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