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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 홀리는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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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 왕위후이 7단 ●.윤 준 상 4단

승부사는 위험을 즐긴다. 한발 한발 위험에 다가갈수록 온몸이 긴장으로 숨막혀 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은밀하게 기쁨이 번져 나간다. 위험은 유혹적이다. 승부란 위험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장면1(42~48)=왕위후이(王煜輝) 7단은 삼성화재배 4강까지 오른 적이 있는 중국의 강자. 윤준상 4단은 지금 막 피어오르는 한국의 신예다.

42는 흔한 응수타진. 백을 쥔 왕위후이가 처음 이 수를 둘 때만 해도 그는 그저 가벼운 기분이었을 것이다. 한데 판을 응시하면서 점차 그의 마음이 변해 간다. 이윽고 중대한 결단을 내린 왕위후이는 44라는 엄청난 강수를 던지게 된다. 백A로 두는 것과 44로 두는 것은 차이가 몹시 커 실패는 곧 죽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위후이가 44를 결행한 것은 46 다음 48이란 기막힌 이단젖힘 수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 수가 성립한다면 우상 흑진은 초토화되고 백은 단박에 승세를 타게 된다. 천사의 미소 같은 48, 그러나 이 수는 홀리는 수였다.

장면2(49~55)=윤준상 4단은 49로 끊은 다음 51로 치받고 나왔다. 두점머리를 자청해 얻어맞는 이런 수는 모양이 하도 나빠 프로들이 기피하는 수. 55는 또한 우형의 표본이라는 빈삼각. 그러나 백은 이 51과 55로 인해 응수가 없어졌다. 고수일수록 쉽게 떠올리기 힘든 이 두 번의 악수(?)가 백의 야망을 좌절시켰다. 잠시 신기루를 봤던 왕위후이는 그만 멍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정정=11일자 본란 끝 부분, '흑은 하변도 미생'은 '백은 하변도 미생'의 오기이므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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