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인정" 찬·반 엇갈려 |MBC-TV 1,000명 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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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서울강동성심병원의 뇌사환자 장기이식을 계기로 뇌사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과 의료인 사이에 뇌사인정에 관한 찬반의견이 상당히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MBC-TV의 『여러분의 토요일』제작팀이 서울시내 일반인 8백명과 의사 2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인의 61·9%가 죽음의 시점을 「심폐정지」로 보았으나 의사의 72·6%는 「뇌사」의 경우로 응답했다.
이에 따라 일반인은 31·6%만이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한 반면 의사는 73%가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일반인은 24·7%가 찬성했으나 의사는 52%가 이에 동의했다.
뇌사설에 관해 남자, 학력이 높고 젊은 사람, 전문직·사무직이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으며 종교별로는 가톨릭 신자가 비교적 긍정적(38·3%)인 반면 불교신자가 가장 배타적(27·8%)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가족이 뇌사의 상황일 경우 일반인은 「사망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치료하겠다」는의견이 가장 많았고(31·3%), 의사는 46%가 사망을 인정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데 찬성하는 이유는 일반인의 43·3%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반면 의사는 48·4%가 장기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 뇌사를 인정하는데 반대하는 이유는 일반인의 경우 「오진우려」(35·7%)를, 의사는 생명경시(4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뇌사자의 장기 제공에 관해 일반인의 32·7%, 의사의 59·5%가 찬성하는 의견을 보인 반면 뇌사자가 자신일 경우 일반인은 48·8%가 「모르겠다」 의사는 61%가 「제공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뇌사자가 만약 자기 가족일 경우 장기제공에 대해 「모르겠다」는 의견(일반인 47·5%, 의사 48%)이 가장 많았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일반인들이 뇌사 문제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인반면 의료인들은 뇌사 인정의 필요성에 찬성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따라서 뇌사 문제에 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뇌사의 정확한 정의, 뇌사 판정 기준 및 절차 등이 제시돼 사회적인 공감을 얻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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