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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마련한 형소법 개정 시안(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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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신구속 남용 사전 “브레이크”/구속기간 연장ㆍ궐석 재판 허용등/재야 법조계의 반대로 논란일듯/모든 범죄 재정 신청 가능
법무부가 마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시안은 구속영장실질심사제ㆍ체포장제도의 도입 등 형사소송 절차의 큰 줄기를 바꾼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민주화의 열기속에서 인신구속을 신중히해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배경으로 재야법조계에서 거론하기 시작한 것으로 지난해 대법관회의에서 결정됐었으나 법무부ㆍ검찰측에서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대했었다.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등 공무원범죄로 제한된 재정신청 대상범죄의 제한을 없앤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시대적 추세로 볼 수 있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1심 구속기간을 기소일부터 계산토록 하고 심급마다 2개월씩 연장한 것과 ▲1심의 궐석재판 허용 ▲다수 변호인의 1인대표변호인제등은 재야법조계와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법원ㆍ검찰위주의 개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어 결과가 주목거리다.
당초 법무부는 지난해말 정기국회에서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싸고 법원과 의견이 엇갈려 지연됐었다.
형사소송법은 54년 제정이후 6차례 부분 손질이 있었으나 대폭적인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장실질심사제=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법관이 피의자를 불러 직접 신문토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법관이 검ㆍ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사건기록만을 검토,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토록 되어 있었다.
법원과 재야법조계에서는 기록검토만으로는 사건내용ㆍ정황 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인신구속의 남용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 제도의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영장을 발부하던 법관이 피의자를 출두시키도록 요구했다가 검찰로부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등 검찰과 법원이 미묘한 대립을 보이기도 했었다.
검찰은 구속대상 피의자를 일일이 법관앞에 출석시킬 경우 수사기관의 업무량이 크게 늘고 피의자 호송등에 어려움이 많다고 반대입장이었다.
특히 1개 지청이 3∼4개 군을 관할하는 현실에서 피의자를 법관앞에 출석시키려면 신병확보가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시간ㆍ경비 등 엄청난 번거로움이 따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체포장제도의 도입으로 피의자 신병확보책을 마련,48시간이내에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도록 보완해 지금까지 말썽이 많았던 수사기관의 임의동행에 따른 폐단을 없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구속적부심사제도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있으나 기소전 구속전후의 큰 사안변경등은 적부심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부심제도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신청 사건 대상철폐=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한 고소ㆍ고발인이 법원에 낼 수 있는 재정신청은 당초 제한이 없었으나 유신직후인 73년 법개정때 ▲공무원의 권리행사 방해 ▲불법체포ㆍ감금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등 3가지 범죄로 제한했던 것을 환원시키는 셈이다.
이때문에 재정신청사건은 74년이후 사문화됐으나 권인숙양 성고문사건ㆍ김근태씨 고문사건 등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었다.
◇1심궐석재판허용=주로 시국사건 피의자들이 재판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구속기간에 쫓기는 재판부와 마찰이 많아 보완책으로 마련했다.
일본은 60년대말 동경대사건의 피고인이던 대학생들이 재판을 거부하자 1심의 궐석재판을 허용토록 법을 개정했었다.
◇구속기간 연장=1심 구속기간을 기소후부터 기산하고 1,2,3심이 6개월ㆍ4개월ㆍ4개월로 되어있던 구속기간을 심급별로 각각 2개월씩 늘리도록 한 것은 구속기간에 쫓겨 심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법원의 입장에 따른 것.
그러나 재야법조계는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데다 대부분의 사건이 현행 기간으로도 처리가능했다는 점을 내세워 지나치게 법관편의위주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표변호인제 신설=한 사건에 다수의 변호인이 각각 변론을 할 경우 재판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설키로 했다.
다수변호인은 대부분 시국ㆍ공안사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변호인마다 변론할 경우 법정이 피고인측의 선전장으로 될 가능성이 있고 변호인의 변론을 재판부가 막을 근거가 없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야법조인들은 지금까지 다수공동변호인사건이 많았지만 이를 악용하거나 말썽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이에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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