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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에너지 수출 10배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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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단은 러시아가 보유한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다.

푸틴 대통령은 학자와 언론인 등 서방의 러시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다이 클럽'소속 지식인 50명과 9일(현지시간) 나눈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의 전체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중 현재 3%인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을 10~15년 뒤엔 3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아시아로의 에너지 수출을 지금보다 10배 늘리겠다는 복안은 겉으로는 "동쪽(중국)으로 가는 에너지 수송로가 잘 갖춰지고 있고, 러시아가 태평양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아시아 에너지 공급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경제적.정치적으로 중요해지는 아시아에서 중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속내는 에너지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고, 러시아에 이것저것 간섭하는 서방에 대한 견제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푸틴의 발언으로 유럽 지역으로의 에너지 공급량이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베리아 유전의 생산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 러시아 에너지 전체 공급량이 많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의 대담은 모스크바 근교의 관저 노보 오가레보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푸틴은 농담도 수시로 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을 땐 근처에 앉은 사람들과 영어로 편하게 대화하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간 중간 유럽과 미국에 대한 비난은 빠뜨리지 않았다. 푸틴은 러시아 송유관을 민간 기업에 개방하라는 유럽의 요구에 대해 "유럽이 공평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럽도 자신의 에너지 시장을 러시아 기업에 개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러시아 가스 독점 기업인 가스프롬은 이미 영국에서 소규모 가스 공급회사를 인수했으며 브리티시 가스 인수에도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푸틴은 또 에너지 강국으로 러시아가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에너지 부문에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알맞게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농촌 지원에 대한 질문에는 유럽을 비꼬며 "서유럽처럼 수출 보조금을 주거나 시장을 닫아걸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비판도 했다. "러시아는 워싱턴에서 공식적 로비가 허용돼 있지 않은 유일한 국가"라며 "과거 소련에 적용되던 불공정한 대우가 지금 러시아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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