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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경찰이 매맞는 사회 이대로 두고 볼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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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즈음 유흥가 주변 폭행사건 현장 등에서 종종 발생하는 공무집행방해 사건 장면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술 취한 남자들이 주인공이었으나 최근에는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가세했다.

시위진압이나 폭력사건 현장에서, 심지어는 경찰서 안에서 공무집행 경찰관이 폭력시위대나 주취자에게 근무복을 찢기고 폭행당하는 현실이다. 올 1~8월 시흥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39건으로 한 달 평균 4.9건이다. 그중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2건(5.1%)이다. 더 큰 문제는 경찰관에게 좀 피해를 주더라도 징역 등 중벌은 받지 않으니까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경찰관이 강제력 행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부득이하게 과실이 있더라도 경찰관을 내부징계.형사처벌, 나아가 손해배상 책임까지 묻지 않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여건에선 아무리 책임감이 투철한 경찰관이라도 본인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하게 피의자를 다루기 쉽지 않다. 따라서 선진국 입법례를 참고하고 토론 과정을 거쳐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찰관에게 대들고 폭행을 휘두르는 피의자의 90% 이상이 주취자이므로 가칭 '주취자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피의자의 음주 정도와 난동 행태를 몇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경찰관이 사용할 수 있는 장구와 물리적 대응 방법을 상세하게 규정한다. 경찰관의 대응과정을 폐쇄회로(CC)TV나 비디오로 촬영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그 다음 경찰관이 규정에 따라 물리력을 행사하면 피의자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법적 장치가 강구돼야 경찰관이 치안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보다 의연하고 적극적으로 피의자의 난동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관이 불법에 대해 합법적인 근거와 절차에 따라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민주사회가 아닐까.

백승엽 경기 시흥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