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뚝심 있게 목조각 작업을 해 온 박씨의 작품에는 토속적 정취와 해학이 녹아있다. 이가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는 부처님, '쉿! 다 잘 될 거야'라며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주문하는 부처님, 날아가는 생물잡기 놀이에 몰두한 동자승 등은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제라르 슈리게라는 "전형화된 불상의 원형에 몰두하기보다 본보기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최근작인 '한국인의 바람'시리즈 1~9(사진)는 죽은 자의 길동무인 상여의 꼭두를 소재로 다양한 변주를 선보인다. 녹색.노랑.빨강 등 화려한 색을 입은 죽은 자나 이들을 등에 태우고 인도하는 동물들은 흥에 겹다. '죽음 또한 축제이며 사후세계에서 극락왕생하라'는 한국의 전통사상이 묻어난다.
물론 그의 작품이 불교사상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내 종교가 좋으면 남의 종교도 좋지요'라는 제목의 조각에는 불교.기독교.유교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함께한다. '민족혼의 수호신'이라는 작품은 다양한 형상의 인간군상이 국태민안과 남북통일을 기원한다. 종교와 사상을 초월해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박씨는 "나무를 선택하고, 무늬를 보고, 적절한 도구를 고르는 등 목조각은 시작부터 끝까지 어려운 작업"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유럽에 한국의 전통문화와 목조각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031-885-9952.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