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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장벽쌓는 EC |통합 앞으로 2년… 한국의 수출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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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EC(유럽공동체)에 대한 우리의 수출은 88년보다 9·1%가 줄었다. 특히 컬러TV는32·2%, VTR는 60·1%나 감소해 지난해 수출부진의 큰 요인이 됐다. 재작년까지만 해도연평균 30%이상씩 늘어나던 대 EC수출이 이처럼 준 것은 원화절상·임금상승등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탓도 있지만 EC의 수입규제가 더욱 엄격해진 것도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88년까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EC지역 비중은 13·4%였으나 지난해의 경우 11·9%로 떨어졌다. 그러나 세계경제에서 EC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다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수출집중 등을 피해가자면 EC와의 관계강화를 위한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C는 섬유·양송이 통조림·철강·VTR·컬러TV·비디오테이프등 32건에 대해 우리나라 상품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또 반덤핑제소로 5건을 조사중이다. EC는 VTR의 예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불공정무역 관행보다 역내국가의 산업보호라는 측면에서 반덤핑제소나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EC가 이처럼 한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교역규모확대에 따른 피할 수 없는 마찰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우리를 제2의 일본으로 인식, 우리가 더 크기전에 초기부터 눌러놓자는 속셈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또 전자등 단기간에 연2백%씩 늘어나는 우리의 수출구조도 문제가 되고 있다.
EC는 이를 두고 레이저광선으로 EC산업을 녹이려한다며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동구도 가입추진>
한편 EC는 92년 유럽통합을 앞두고 역내산업정비를 위해 대외규제를 남발하고 통합시장위력의 과시로 역내투자유치촉진 등 효과를 노리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경향도 엿보이고 있다.
이같은 이유이외에도 기본적으로 EC는 한국이 미국과 EC를 동등하게 대우해주지 않는데 대해 적지않은 불만을 느끼고 있다.
EC는 87년 현재 국내총생산액이 4조2천6백40억달러에 연간수출입 규모가 2조달러를 넘는큰 시장이다. 일본보다 큰 시장임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보다도 수출입 규모는 크다.
이같은 시장이 92년 통합뒤 거대한 블록을 형성, 우리에게 배타적인 시장으로 군림할 경우 우리가 당하게 될 피해는 상상도 할수 없을 것 같다.
92년 통합을 앞둔 EC는 지난해말 현재 통합을 위한 2백79개 관련입법 목표중 약 절반을 실현했다. 물리적 장벽(상품 및 개인의 국경이동)이나 기술장벽개선(기술규정·공업규격등)에도 큰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는 회원국간의 내국세율 조정등 재정장벽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개방물결을 타고 동구제국과 오스트리아등의 가입도 추진되고 있다.
하여튼 92년까지 완전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갈수록 결속력이 강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EC가 통합이 되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까.
우선 ▲EC의 수입수요 확대로 대EC 수출증대 ▲나라별 쿼타폐지로 쿼타의 자유로운 운영가능 ▲개별국가의 통상협상대신 EC와의 협상으로 통상절차 간편화 ▲EC역내 유통자유화·규격통일로 생산코스트가 싸지는 점을 긍정적 영향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으로 ▲섬유·신발등 전통적 산업분야에서 EC의 보조금등 지원과 보호에 따른 수출차질 ▲EC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따른 EC역내에서의 경쟁격화 ▲상호주의적용, 표준 및 안전규격통일의 비관세 장벽우려 등을 들수 있다.
특히 EC는 최근 반덤핑법 및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즉 우리가 EC내에 세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라 할지라도 현지부품 사용률이 부가가치기준 45% 또는 70∼80%이상 돼야 현지에서 만든 것으로 간주하고 그 이하일 경우 한국에서 수출한 것으로 친다는 것이다.
이밖에 EC통합으로 나라별 수입규제 대신 자동차·섬유·신발등 우리의 주종수출품에 대해서는 EC전체차원의 규제가 다시 생겨날 가능성도 예상된다.
미일과는 달리 우리는 대EC 진출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며 국제경영상의 노하우가 부족하고 생산 및 기술상의 경쟁력이 약하므로 통합유럽의 이득을 활용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낮다.

<일부 품목에 편중>
우리의 수출품목이 섬유·전자등 일부 품목에 편중되어 있어 EC가 보호주의 조치를 취할경우 받는 영향이 매우 크며 현지부품 사용률이 높아 EC투자도 벽에 부닥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부품업체도 함께 진출하지 않을 경우 단순 조립공장은 진출하나마나 하기 때문이다. EC는 집단적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는 다른 지역의 보복을 초래하는등 국제무역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EC가 주장하듯 EC통합이 유럽시장과 세계시장에 보다 자유롭고 개방된 대외무역시스팀 유지를 위한 계기가 되도록 EC에 촉구하는 한편 통합후에 예상되는 불이익에 대비해야 되겠다.
이에대한 대비책으로 통상협력강화회의 활성화, EC통합 관련정보센터 보강 및 연구체제확대, 현지진출 강화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실적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상공부는 지난해 9월에서야 겨우 민관합동연구세미나를 개최하고 보고서를 작성, 필요한기업에 배포했다. 산업연구원·삼성·현대·럭키금성·대우·쌍룡경제연구소등이 참여해 EC의 규격표준화, 화학·의학·자본시장 투자등 분야별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92년까지 매년 공동연구결과를 선정하고 그 결과를 발표키로 했다.
EC의 규격 표준화에 대비, 공업진흥청 주관으로 공동연구반도 작년에 비로소 구성했다. 연구반은 EC집행위원회에 실무조사단을 파견, 표준화추진상황등 관련자료를 수집키로 했다.이 연구결과는 올6월에 발표키로 했다.

<실무조사단 파견>
또 투자진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독려하고 있지만 그 실적은 타지역에 비해 미미하다.
지난해 우리가 해외에 투자한 금액 3억3천9백만달러중 EC지역투자는 겨우 3·5%인 1천2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지금까지의 대EC투자 누계도 66건 5천만달러밖에 안된다. 이에따라 92년 EC통합때 미일등에 비해 현저히 불리하다. 미국은 50년대부터 다수의 기업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EC통합때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다. 일본은 70년대 후반부터 진출했으나 최근 EC통합을 앞두고 줄지어 나가 있다.
우리나라는 미일만을 특별히 우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EC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수입규제를 많이 받고 있다. 예컨대 EC가 82년부터 긴급수입제한규정을 적용, 8개품목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수량규제중 3건을 우리에게 적용하고 있다.
이에반해 일본은 1건, 대만은 2건이다. 또 우리는 EC로부터 두차례나 섬유·철강수출규제 대상국으로 지정당했는데 일본은 대상국도 아니고 대만은 겨우 협상대상국으로 지정됐을 뿐이다.
지적소유권보호에 대한 미국과의 차별대우를 이유로 작년부터 우리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수혜국에서도 제외됐다.
EC통합까지는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 지금이라도 ▲수출상품 및 시장다변화를 위한 대EC수출조절기구 설치 ▲기술수준·투자환경·유통구조등 정보를 제공하는 EC산업정보센터설립 ▲투자등 기업의 현지화전략 확대 ▲기술교류확대 ▲동구공산권 공동진출모색 등 관계강화가 절실하다. <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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