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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바람 타고 쏟아졌던 북한원전 올 들어 퇴조기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원전 출판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 뒤이은 당국의 공산권자료 개방화조치로 대 북한 금제가 풀리면서 한동안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북한원전들이 올해 들어 갑자기 그 명맥조차 끊겨 가는 상태에 있다.
일부 운동권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지하출판물형태로만 유통되던 북한원전들이 서점의 매대 위에 공공연히 깔리기 시작한 것은 88년8월 도서출판 돌베개의『북한 조선로동당대회 주요 문헌집』 출간을 전후해서부터.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이른바 사회과학 내지는 이념서적 전문출판사들은 당국의 묵인아래 앞다투어 북한원전출판에 열을 올렸다.
이들 출판사의 북한원전출판 명분은 남북분단의 극복과 통일에 앞선「북한 바로 알기 운동의 일환」이었으나 사실은 저작권료나 원고료 지불부담이 없는 싼 제작비와 오랜 대 북 금단의 반작용이 빚어낼 폭발적 독자수요창출이라는 상업주의적 기대감이 북한원전출간 붐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보다 일반적이다.
북한원전은 사단법인 한국간행윤리위원회 (위원장 정한모) 의 확인에 따르면 89년12월말까지 총 1백58종이 간행돼 나온 것으로 돼있다.
분야별로는 ▲『김일성 선집』(대동)등 정치서적 27종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백산서당)등 철학서적23종 ▲ 『조선 통사』 상·하(오월)등 역사서적 27종 ▲『민중의 바다』상·하 (한마당) 등 문예서적 70종 ▲『근 현대조선경제사』(갈무지)등 경제서적 11종이다.
윤리위 측은 『이것은 서점·출판사 등을 통해 입수 가능한 공간도서만을 대상으로 확인한 숫자며 그밖에 비정상적인 지하루트로 배포되는 것까지 합치면 국내의 기간북한원전은 2백 종을 넘을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시중에 쏟아져 나온 이들 북한원전 출판물들은 그러나 초기물의 극히 일부 (『민중의 바다』상하·『조선통사』상하는 각각 7만 부· 3만 부가 팔렸다)를 제외하고는 예상 판매성과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들어 북한원전간행이 격감된 것도 이 같은 판매부진에 직접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영업부의 곽상하 부장은 『북한원전출간 러시를 이루기 시작한 88년 하반기만해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 반짝경기를 유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북한원전을 사가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고 말했다.
북한원전의 판매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중요저작은 이미 소개가 다된 상태고 ▲내용이 거의 김일성 개인의 언행이나 주체사상 찬미 쪽으로 귀일, 독자들의 지적호기심을 체감시키고 있으며 ▲소련·동구권의 개혁 및 자유화바람이 북한사회에 대한 독자들의 동경심을 희석시키고있는 때문으로 출판계는 보고있다.
이밖에 당국이 점차 단속을 강화, 출판사의 출판의지나 독자들의 구매욕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있다.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의 정덕채 사무국장은『지금까지 북한원전출판 때문에 사법적 제재를 받았던 출판인은 현재 구속중인 사람을 포함, 모두 20여명에 이르며 수배중인 사람도8명이나 된다』고 말했다·<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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