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아시안게임 경기운영 등 무성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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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필성씨의 오누이상봉으로 세계적 명소가 된 삿포로 하늘 아래에서 동계아시안게임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대회 시작 전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조차 눈에 띄지 않아 열기가 보이지 않은 데다 대회기간 중에는 일본 조직위 측이 무성의한 경기운영으로 일관,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있다.
대회를 적시에 중계해야할 홋카이도방송 등도 내년에 열릴 세계유니버시아드 선전에만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일본언론들은 지나치게 남북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대회 자체가 크게 퇴색, 20억 아시아인의 겨울철 축제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각국 선수단은 자국의 명예를 걸고 힘찬 레이스를 필치고 있으나 「우승은 떼어 논 당상」격인 일본은 쇼트트랙 상위랭커 선수들을 오는16일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시킨다는 이유로 제외, 2진급만 출전시켜 스스로 대회권위에 먹칠을 하고 품위를 크게 그르쳤다.
그뿐만 아니고 경기운영도 짜증스러울 정도로 무성의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9일 한국의 김소희(김소희)가 쇼트트랙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시상식장에서 애국가 대신 중국국가가 울려 퍼지는가 하면 심지어 북한국가를 연주하는 중대실수를 저질렀고 10일의 쇼트트랙 시상식장에서도 아나운서가 한국선수를 북한선수로 잘못 소개, 한국선수단의 거센 항의 끝에 「사죄」 하는 잘못을 연발했다.
이미 동계아시안게임에 대해 일본 국내대회만도 못한 푸대접을 하고 있는 터이지만 일본의 대회에 대한 무관심과 무성의는 너무 지나친 느낌이다.
일본언론들은 이 같은 조직위의 실수가 당초 인도가 개최하려다 재정난으로 반납하는 바람에 준비기간이 짧아 발생한 일이라고 두둔하고 있으며 한편으론 이런 실수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지 모른다고 호들갑떠는 양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직위와 일본언론들은 이번 대회를 일본이 아니면 아시아권에선 어느 나라도 개최할 수 없으며 어쩔 수 없이 맡았으니 이에 따른 불편은 감수하라는 식이다. 이와 함께 메인 프레스 센터에는 경기장에서 끝난 대회기록이 20여분이 넘어야 도착하는 데다 명색이 국제대회인데도 경기장에는 국제전화가 한대도 없어 기자들의 불평이 끊일 새가 없다.【삿포로=방원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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