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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에 돛단 “몽고개혁”/「공산독재 69년」청산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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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당정분리… 다당제도입 움직임/당지도부도 민주화에 적극적
몽고의 정치개혁이 발빠른 행마를 하고있다. 지난 9일 집권 몽고인민혁명당(MPRP) 정치국원 전원이 사퇴를 결의한데 이어 당­정을 분리할 다당제하의 자유총선을 실시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MPRP가 소련에 이어 69년이라는 세계두번째의 긴 공산당 1당독재를 해온 점에 비추어볼때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수 있다.
몽고에 강한 민주화의 열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수도 울란바토르 시민들은 영하의 날씨를 무릅쓰고 민주화요구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후 3개월간 일곱차례의 대중집회가 마침내 당지도부를 굴복시킨 것이다.
몽고의 정치개혁이 다른 공산국가와는 달리 유혈충돌 한번 치르지 않고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것은 당지도부의 유화적 태도 때문.
바트문흐 서기장은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이 지난 85년부터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추진하자 이를 추종,87년부터 몽고판 페레스트로이카인 「변혁과 쇄신」정책을 추진해왔다. 다만 그 속도가 느려 국민들로부터 불만을 사왔다.
○손잡은 재야세력
바트문흐서기장등 몽고 지도부는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의 대변혁에서 교훈을 얻어 적극적인 개혁추진에 나설 채비를 갖춘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치ㆍ경제개혁이 당면한 과제이자 역사적 추세임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몽고개혁의 기관차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지나해말 결성된 몽고 민주연맹(MDU)과 지난 2월18일 발족한 몽고민주당(MDP)ㆍ몽고학생연맹ㆍ몽고사민당 등 4대 재야세력들.
이들은 6백10명으로 대표를 구성,몽고민주화의 기수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정부대표와 원탁회의를 개최,당초 내년으로 예정되어있던 국민투표를 연내로 앞당기는데 성공했으며,의회인 후랄을 해체하고 그대신 임시의회를 구성키로 하는 합의를 끌어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막강한 실력행사를 하고있는 재야단체들이지만 바트문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우선 야당을 포함한 재야민주세력들의 정치경륜이 매우 짧기 때문이다. 특히 재야세력의 리더인 조리그의 나이가 27세에 불과,노련한 63세의 바트문흐에 대적하기에는 역불급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재야에만 국한된것이 아니고 MPRP당 지도부내에도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어있어 바트문흐축출이 결코 만만치않을 것이라는게 대다수 외교소식통들의 견해다.
○서기장 축출 의문
「몽고의 고르바초프」를 자임하고 있는 바트문흐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지난번 동경나들이를 통해 일본에 경제원조를 요청하는등 적극적인 외교활동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한편 「위로부터의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MPRP의 하부 당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게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세력들의 역량이 커질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 한데서 나온 반발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2백만 몽고인 절대다수가 MPRP의 집권기간중 피폐해진 경제사정 때문에 반 MPRP에 대한 연대가 되어있는 점을 감안할때 몽고의 정치ㆍ경제적 민주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같은 몽고의 개혁바람은 중국의 어느정도 충격이 될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지난해 6ㆍ4 천안문사태를 유혈진압한뒤 자국내 55개소수민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동네」 몽고의 사정이 결코 강건너 불로만 여겨질수는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북한에도 「보이지않는 손」으로 등장,앞으로 북한지도부내의 개혁거부 의지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세계 두번째의 오랜 역사를 갖고있는 몽고공산당의 개혁은 아시아에서 스탈린주의의 한귀퉁이를 허무는 또 하나의 역할을 하게된 셈이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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