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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시험운행 르포] "그 날을 생각하면 가슴 저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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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17일 오전 11시24분 대구지하철 상인역. 21일부터의 전구간 운행재개를 위한 시험운행에 나선 1113호 전동차는 마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속도를 냈다. 월촌.성당못역 등에서 정차했지만 역마다 승객이 수십 명 밖에 안돼 승강장은 썰렁했다.전동차 내부도 조용하기만 하다.

승객이 내리고 탈 때마다 기관사는 '개방''폐쇄''진행'등 구호를 외쳤다. 문을 여닫고 출발 때까지 기기오작동을 막기 위해 스스로 암시를 주는 구호라고 했다.

승객들은 교대역에서 모두 내렸다. 참사이후 대곡역에서 교대역까지, 반대쪽에서는 안심역에서 동대구역까지만 운행되기 때문이다.

중앙로역을 중심으로 한 좌우 6개 역은 폐쇄됐고 이 구간에는 셔틀버스가 투입돼 승객들을 실어 날라왔다.

빈 객차로 중앙로역으로 향하던 1113호 전동차는 지난 8개월여 동안 정차하지 않았던 명덕.반월당역에서도 문을 여닫으며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연습을 했다.

전구간 운행 때 운행시간을 맞추기 위한 연습이다. 시속 50㎞를 유지하던 전동차가 25㎞로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중앙로역 승강장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승강장은 보이지 않았다. 승강장과 선로사이를 차단시설(패널)이 가로막고 있었다. 차단시설 위쪽의 그물망 사이로는 불빛이 환하게 내비쳤다. 중앙로역 구내에서 복구공사를 하느라 켜 놓은 전등 불빛이었다.

"소감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기관사 강혁진(33)씨는 "사고 당시의 상처와 흔적이 남아 있지 않나 싶어 마음이 몹시 떨린다"고 했다.

길이 1백69m인 중앙로역 승강장은 순식간에 뒤로 밀려났다. 동승한 차량운영부 운전팀 오기영(41)씨는 "안전상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시속 25㎞에 맞춰 중앙로역을 통과하게 돼 있다"며 "현재로선 중앙로역 통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는 "참사 뒤 침목과 선로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이 모두 불타 새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반대쪽인 안심~대곡노선을 달리는 1120호 전동차를 타고 다시 중앙로역을 통과해 보았다.

낮 12시 5분쯤 중앙로역을 통과한 1120호 전동차 기관사 김상준(32)씨는 "중앙로역을 통과할 때마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이 생각나 가슴이 저려온다"고 말했다.

객차 안으로 들어서자 '비상시 출입문을 여는 방법'을 적어 놓은 안내문이 출입문에 커다랗게 눈에 띠었다. 인화물질을 소지한 사람이나 거동수상자를 신고해달라는 안내방송도 수시로 객차에 울려 퍼졌다. 중앙로역은 화재 당시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고 복구공사로 벽면.기둥 등은 뜯겨 나가 있었다.

그러나 지하1층 기둥 1개, 지하 2층의 기둥4개와 길이 25m정도의 벽면은 비닐로 덮여 있었다. 사고직후 유족.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글이 있던 곳으로 '영구보존'을 위해 공사를 하지 않는 곳이다.

황선윤 기자
사진 =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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