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맥주·커피에 웬 유통기한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하이트맥주의 공장에는 한 달 평균 50만 병가량의 맥주가 쌓인다. 수퍼마켓 등 소매점이 새 맥주 위주로 팔다가 남은 맥주를 반품한 물량이다. 그런데 최근 공장으로 돌아오는 맥주가 평소보다 20% 늘었다. 하이트맥주가 1년 이상 된 맥주를 교환해 주는 '후레쉬 365일' 행사를 지난달부터 한 결과다.

술.커피.아이스크림 등 잘 상하지 않아 별도의 유통기한 표시를 안 해도 되는 제품까지 '신선도 마케팅'에 가세하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지난달 주류 업계 최초로 소비자들이 맥주의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신선 기한제'를 도입했다. 병맥주와 캔맥주는 제조일로부터 365일, 페트병 맥주는 180일이다. 하이트맥주는 반품된 맥주의 병만 재활용하고 맥주는 전량 폐기 처분한다.

커피도 신선함을 무기로 소비자 입맛을 당기고 있다. 국산 브랜드로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할리스 커피는 올 초부터 '볶은 지 한 달 이내의 신선한 커피'만을 사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할리스 커피 매장은 사용 중인 원두의 볶은 날짜를 매장 안의 칠판에 명시한다. 할리스 커피의 정수연 대표는 "신선한 커피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원두를 로스팅(커피를 볶는 과정)하자마자 전국 95개 매장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할리스 커피는 이를 위해 커피 유통의 전 과정을 개선했다.

아이스크림 제품에 제조 날짜를 넣는 업체가 있다. 한국하겐다즈는 아이스크림 재료에 따라 회사가 정한 유통기한인 BBD(Best Before Date)를 설정해 제품 박스에 표기한다. BBD가 지난 제품은 새것으로 바꿔 준다. 빙과 제품의 특성상 낱개 제품에 표기하는 것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 우선 박스 포장에만 표기하고 추후 낱개 제품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즉석밥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CJ는 사흘 이내에 찧은 쌀로만 햇반을 만든다. 쌀은 추수해 찧은 뒤 밥을 짓기까지의 기간이 짧을수록 좋은 밥맛을 낸다고 한다. 햅쌀의 경우 봄.가을에는 두 달 정도 보관이 가능하나 고온 다습한 계절에는 이보다 휠씬 보관기간이 짧다.

4~5월에는 한 달, 6~7월에는 20일, 8월에는 15일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CJ햇반 정수철 브랜드매니저는 "밥맛의 신선함을 높였더니 매출이 20% 늘었다"고 말했다.

◆ 식품 유통기한=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하기 쉬운 제품은 기본적으로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이에 해당한다. 가공식품일지라도 설탕.정제소금.빙과류 등에는 제조일자만 표시하면 된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생법 10조에 따라 국민 보건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시판될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대해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