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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라 … 산골 학교 '특별한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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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6일 오후 강원도 봉평면 면온초등학교 운동장. 잣나무 그늘 아래 야외교실에서 하민호(5년)군 등 이 학교 학생 8명이 장구.북.꽹과리를 두들기며 사물놀이 장단을 익히고 있다. 여름방학 동안 악기를 손에 놓았던 탓인지 엇박자를 내기도 했지만 곧 어우러진 소리를 냈다.

강사는 용인대 국악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경선(24)씨. 매주 수요일 서울에서 두 시간 넘게 달려와 어린이들에게 단소와 민요까지 가르치고 있다. 강사료는 지역의 교회에서 지원한다.

면온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운동장 나무 그늘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이 학교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20여 가지의 다양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찬호 기자

국악 시간이 끝나자 어린이들은 운동장에서 두 명의 인근 군부대 장병 지도로 주먹지르기와 발차기 등 태권도를 배웠다. 군 장병은 이외에 고학년을 대상으로 수학도 가르쳤다. 이날 운동장에는 '좋은 책 읽기 가족모임' 이 운영하는 이동도서관도 배치됐다. 어린이들은 쉬는 시간 틈틈이 도서관을 찾았고 학부모도 책을 빌려갔다.

이 학교가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영어.프랑스어.중국어.일본어 등 외국어와 문학.음악.미술. 논술.골프 등 20여 가지. 어린이들은 이 가운데 5~7가지를 선택해 배우고 있다.

학원은커녕 면소재지를 운행하는 버스도 하루에 두 번이 전부인 벽지 학교가 도시 학교 못지않게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학교와 교육청, 동문회, 인근 중.고등학교, 청소년수련원, 리조트 등 지역사회가 학교 살리기에 뜻을 같이해 가능했다.

면온초등학교는 지난해 사물놀이 등 4개 프로그램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지원이 끓겨 그만둘 상황에 처하자 지역사회에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자 봉평의 교회에서 국악강사 경비를 지원했고 인근 봉평중.고 미술교사도 창의미술을 맡겠다고 나섰다. 인근 군부대는 태권도와 영재수학을, 지역 언론사도 합창 지도와 NIE 교육에 참여했다. 이 고장 출신 강릉시향 단원은 바이올린, 이 학교 동문은 종이접기를 맡았고 벽지 학교에서 과외 봉사를 하던 횡성의 민족사관고등학교 '기쁨 공부방' 동아리 학생 30명도 매주 두 차례 학교를 찾고 있다. 보광휘닉스파크는 아이들에게 스키를 가르치고 골프연습장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국립청소년수련원은 수영장을 빌려주는 등 지역사회가 자기 일처럼 나섰다.

◆ 학생 수 늘어나=방과 후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1학기 동안만 5명의 어린이가 전학 와 전체 학생 수가 47명으로 늘었다. 서울 장위초등학교에 다니던 이기헌(6년)군은 부모를 따라 이사 왔지만 학구인 봉평 대신 이 학교를 택했다. 인근 학교에 다니던 이민규(3년)군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원주 학성초등학교에 다니던 장성진(2년)군은 이 학교 교사인 아버지에게 이끌려 전학 왔다. 장군은 "학성에 있을 때는 미술과 피아노학원만 다녔는데 이 학교에서는 재미있는 종이접기와 영어.일본어 등을 배워 좋다"고 말했다.

서대식 교장은 "학부모와 동문은 물론 지역사회 모두가 도와줘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었다"면서 "방과 후 프로그램의 내실을 더욱 다져 학생이 돌아오는 학교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평창=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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