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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대비 국방비 9%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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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가 낸 세금이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궁금해 하는 납세자가 많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분배에 많은 재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나 분배는 그대로 놔두면 저절로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재정이라는 '완력'을 써서 적극적으로 달성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의 쓰임새는 분배정책 실현을 위한 복지 수요 확충에 집중하되 국방개혁, 교육격차 해소, 국가 균형발전에도 지원이 강화된다.

반면 경제 분야 예산은 상대적으로 빈약해진다. 돈 버는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 복지 정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이 되는 연구개발(R&D) 투자는 복지 예산의 20%에도 못 미친다.

눈에 띄는 항목으로는 교육 격차를 위한 '방과 후 학교'와 소외된 노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노인 돌보미 바우처' 예산이 내년에 처음 도입된다.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다는 논란 속에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영화산업 발전기금에도 세금 1000억원이 투입된다.

◆ 박차 가해지는 국방개혁=미군부대 재배치와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비해 군 구조는 기존의 병력 위주에서 첨단기술 위주로 바뀐다. 전시작전권 환수가 이뤄질 때까지 단계적으로 예산이 들어가는데, 일단 내년엔 올해보다 1조5000억~2조5000억원 증가(9%)한 24조 ~ 25조원이 투입된다. 국방 예산은 매년 이 수준 이상으로 늘어 2020년까지 621조원이 배정될 예정이다.

내년에 책정된 재원으로 군은 F-15K급 전투기, 3000t급 잠수함 등을 확보하게 된다. 또 K1A1 전차, 구축함, 한국형 헬기 등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장병의 사기 진작을 위한 예산도 확대된다. 상병을 기준으로 월급이 올해 6만5000원에서 내년 8만원으로 오른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내년 4807억원으로 올해보다 16.7% 증가한다. 이 밖에 병사의 숙소 개선을 위해 현재 44% 수준인 침대형 비중을 내년에는 51%로 높이기로 했다.

대북 지원 예산은 올해 수준(6500억원)을 유지키로 했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남북경협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성공단 기반시설 구축과 북측 근로자 숙소 건설에는 올해보다 29.1%의 예산이 증액된다.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 예산도 22.2% 증가한다.

◆ 대폭 확충되는 복지 예산=복지 분야는 내년에 최대 62조원이 투입되는 최대 역점 사업이다.

우선 생계 해결이 어려운 중증 노인에게 신체수발 등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돌보미 바우처'에는 375억원이 투입된다. 장애인에 대한 액화석유가스(LPG) 지원 제도는 편법 이용을 막기 위해 점차 없애는 대신 장애수당 지급 대상을 기존의 30만 명에서 51만 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올해보다 10.3% 증가한 2조2150억원이 책정된다. 장애수당은 54.6% 많은 17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따라 보육료 지원 대상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00% 미만 계층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수혜자가 전체 아동의 50%에서 70%로 많아진다. 노인 일자리는 8만 개에서 11만 개로 확대되고 노인 요양시설 137개가 신축된다. 정부는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민간 병원에서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토록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 교육 격차 해소에도 초점=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불평등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이를 시정하기 위한 예산이 편성된다.

예컨대 정부보증 학자금 융자 재원이 대폭 확대되고 전문대 학생에게는 근로장학금이 지원된다. 학자금 융자 예산은 올해 1490억원에서 내년에는 2189억원으로 46.9% 많아진다.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양질의 공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방과 후 학교'에도 1017억원이 처음 지원된다.

만5세 아동의 무상교육 대상자는 올해보다 1만 명 많은 15만2000명으로 확대하고 필요 예산은 9.7% 증가한 1281억원으로 책정됐다.

또 장애 학생 등 소외계층이 원활한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특수교육 보조원을 2521명에서 4000명으로, 장애 학생 도우미는 768명에서 2000명으로 각각 확대한다. 글을 모르는 성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곳도 올해 175개에서 내년엔 240개로 증가한다. 주말 교육과정 서비스도 확대된다.

한양대 이상빈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는 비상 상황에서 빚까지 내가며 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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