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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수교 앞당길 「핵 교역」/소제 농축 우라늄 수입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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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급 넘치지만 정치차원 결정/미등 자극 않으려 도입량 제한
정부가 이번에 소련으로부터 농축우라늄을 사주기로 한 결정의 이면에 어떠한 정치ㆍ외교적 고려가 깔려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은 핵발전소용 농축우라늄이 국제간에 통용되는 상품이긴하나 각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하에 관리되는 전략물자로 청잭적 판단이 서지 않을 경우 판매나 구매가 쉽게 결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과 소련이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소간 경제협력의 범위가 국제적으로 민감한 관심을 끌고 있는 원자력분야로 까지 확대되는 것은 양국정부의 상호 신뢰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한소 양국관계가 지금까지의 단순교역관계에서 전면적인 협조관계로 넘어가는 신호탄이며 양국간 수교를 앞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이번의 도입 결정이 19일로 예정된 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의 방소와 23일부터 시작되는 한소 경제인합동회의를 앞두고 이루어졌다는 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이들은 한소간 수교를 앞당기려는 우리측의 의지를 소련에 보여주면서 이에 대한 소련측의 성의를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국제적으로 공급과잉상태에 있는 농축우라늄을 당장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가 소련으로부터 구입해 주고 대신 소련이 필요로 하는 전자제품 등을 공급하는등 우리측의 성의표시를 다했으니 이제 소련쪽으로부터 양국간 경제교류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측은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렛대로 대소 수교제의를 일관되게 요구해 왔으며 소련은 한국의 대소진출이 구체화되기 전에는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었다.
최근의 한소간 직항로개설,영사처의 교환개설,소련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투자인가방침,소련산 우라늄의 도입결정,포항제철에서 만든 냉연강판의 대소수출인가,한소 경제인합동회의에서 채택될 양국정부에 대한 이중과세방지협정,상호투자보장협정체결건의 등은 한소간 수교가 임박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해주는 징조들이자 공식수교를 앞당기려는 우리정부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소련으로부터 농축우라늄 도입을 결정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서방 공급국들을 자극하지 않고 안보측면에서의 공급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연간 도입물량을 40t(원전 9기 기준 총소요량 1백60t) 범위에 한정해 올해부터 시작되는 한전의 비축용 및 향후 추가소요물량의 일부만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도입되는 소련산 핵연료는 우라늄정광에서 변환ㆍ농축처리까지 가공완료된 기체상태의 U235 함유량 3.5%인 농축완제품으로 이것을 한국핵연료㈜가 분말상태로 재변환 해 성형가공 해 쓰게 된다.
종래는 캐나다ㆍ호주ㆍ프랑스로부터 우라늄정광을 구입해 이를 다시 미 에너지부ㆍ프랑스 코제마사에서 농축처리 받아 도입했었다.
따라서 직접 농축우라늄 완제품을 사들이는데서 오는 도입기간의 단축(종래 15개월→6개월 이내) 및 수송비 등 관련 부대비용이 절감된다.
그러나 이번 소련산 핵연료 도입의 또다른 효과는 기존 공급선과의 교섭력을 높이는 데 있다.
국내 핵연료 수요는 잇따른 원전건설에 따라 90∼99년까지 2천t 등 향후 계속 늘어날 전망인데 우리의 기술자립이 돼 있지 않아 그간 변환ㆍ농축 등 가공처리를 미국과 프랑스에 각각 55대45 비율로 전적으로 의존해 온 실정이다.
따라서 그들이 내놓은 계약서에 우리는 사인만 할 정도로 불리한 계약조건을 감수해 온 게 사실이고 특히 가격문제에서 받는 불이익은 무척 컸다.<김석환ㆍ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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