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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대구서갑 보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강공” “불출마 유도” 양동작전 민자/재기 집착 번복 가능성 희박 정씨/등록까지는 아직 시간… 이전투구 혼전 예상
민자당이 4월3일 실시될 대구 서갑 보궐선거에서 문희갑 대통령경제수석을 내세우기로 했다. 정호용 전의원이 여기에 맞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싸움은 노태우­정호용 대결의 대리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민자당이 문수석을 공천한 것은 3당합당 이후 여권 본거지의 첫 싸움에서 패배할 경우 정국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데다가 여권내부의 균열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으로서는 정씨의 「탈당­출마」를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까지 해놓았으므로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정씨가 대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자당 탈당­무소속 출마를 전격 선언하자 여권도 3일 고위대책회의를 갖고 문희갑대통령경제수석(장관급)을 공천자로 즉각 내정.
이를 통보받은 문수석은 당일 밤 대구에 내려가 현지 분위기를 1차 탐색했다는 후문이다.
여권 지도부는 정씨가 출마를 고집할 경우 거물을 내세워 압승으로 응징할 수밖에 없다면서 「출마=도전」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은 만일의 경우 여권에도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이지만 정씨도 가장 피하고 싶은 사태다.
여권이 강공으로 선회한 것은 정씨가 포기할 기색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문씨 자신은 5일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 대통령께서 걱정하는 말씀이 있었다』는 말로 본인의 출마가 최고위층의 강력한 뜻임을 시사했다.
경북고 2년 선배이기도 한 정씨와의 한판 싸움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사정설명겸 맞붙게 될 경우 혹시 있을지 모를 비난에 대비키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ㆍ여당의 이같은 강공을 정씨 본인은 예상했던 일이라고 하면서도 상당히 긴장된 반응.
정씨는 여권 고위관계자들로부터 출마를 용납할 수 없다는 누차의 경고에도 불구,기습적으로 탈당을 결행할 때부터 어떤 경우든 출마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했다는 것.
정씨는 이미 한달전 지역구내에 주택을 마련하고 가족들의 주민등록지를 옮긴 후 수십차례 지지자들과 대소 단합모임을 가져왔다.
하지만 여권이 자신의 출마를 노대통령과의 정면대결로 몰아가는데 대해서는 아주 거북해 하는 눈치.
정씨측은 김영삼 최고위원이 『물러난 지 몇달도 안되는데』하고 비난한 데 대해 그것은 정치적 희생일 따름이라는 것이며 김대중ㆍ김영삼씨 모두 사퇴후 공민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서 출마 여부는 본인의 뜻이라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같은 정씨의 태도에 미루어 그가 출마를 번의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데 지난 연말 정씨의 의원직 사퇴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한 한 의원은 『정씨의 출마는 1백% 확실하다』고 단정.
정씨가 또 주저앉으면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완전 매도될 것이기 때문에 번복 여지는 없다는 주위의 관측이다.
그렇지만 이번 싸움이 대통령과의 대결로 비치면서 자신이 제시한 명분과 상충되고 의원직 사퇴전후 권력의 힘을 경험했기 때문에 막판에 흔들릴 가능성은 아직 전면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서명파 의원은 『등록해야 출마하는 것 아니냐』고 앞으로 상당한 변수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
아무튼 정씨가 끝까지 출마할 경우 이전투구의 혼전이 예상된다.
대구의 특수한 분위기에서 정씨의 인기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여권의 전면지원을 받을 문수석의 기세도 녹녹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
정­문의 각축속에 13대때 차점낙선한 역시 TK출신인 백승홍씨(공화)가 5일 민자당을 탈당하고 출마를 선언해 TK 선후배 3파전이 벌어지게 됐고 민주당도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돼 전국적인 관심속에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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