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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처럼 매끄러운 검거/정치주먹 대부 이승완씨 주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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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금이 “신변 정리”적기로 판단한듯/최근에는 공직자들과 술자리까지 80년대 정치주먹의 대명사로 알려진 전호청련총재 이승완씨(50)의 검거는 사전각본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있다.
우익단체로서의 호청련결성→통일민주당 창당방해테러 배후조종 수배→신출귀몰한 공식행사참석과 지지부진한 검거활동→3당통합→자수의사 표명→호청련해체→검거로 이어지는 이씨의 행적은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냄새가 짙은 것이 사실.
◇검거의혹=이씨는 그동안 호청련결성대회와 고향후배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 당당히 참석하면서도 현장을 지키던 경찰의 손을 유유히 벗어나는 등 17개월동안 수사기관의 수배망을 헤집고 다녀온 점으로 보아 이번 검거가 호청련해체후 예정된 신변정리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최근 3당합당으로 우익지원활동을 해온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이 적어진 데다 『일부회원의 청부폭력ㆍ이권개입 등으로 호청련의 위신이 실추돼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명분으로 호청련을 해체,자신에 대한 사회의 시각을 완충시키고 최근 구로동 룸살롱살인사건ㆍ연쇄방화ㆍ미장원강도 등 잇따른 강력사건으로 「민생치안부재」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경찰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자수보다 검거를 택했다는 추측이다.
또 이씨가 용팔이사건관련 부분을 부인할 경우 직업증거 불충분으로 배후조종혐의를 벗을 수 있어 이같은 신변정리가 수사당국이나 자신에게 이로우리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씨는 정계유력인사 및 고위공직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수사관들 사이에서도 『이씨는 자수하기 전에는 잡히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호청련을 해체한 뒤 호청련 비상대책연합위원장직을 맡고있는 이씨는 최근에도 강남유흥가에서 공직자들과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4월 자신의 고향후배인 응급실 살해사건 범인 김주영씨(28)의 결혼식때도 경찰을 피해 2층 주방에서 지켜본 뒤 사라졌으며 당시 결혼식 주례는 이영창전치안본부장이,사회는 연예인 이덕화씨가 맡았고 수명의 국회의원들이 화환을 보내 이씨의 입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승완=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주먹세계를 「천하통일」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국가대표출신 태권도 9단의 무도인으로 전주고와 이리 원광대 법학과2년을 중퇴했다.
이씨는 해병대 태권도팀 창설당시 코치로 부임,팀이 대통령배대회 5연패하게한 성과로 중고태권도연맹회장ㆍ전국고단자회회장ㆍ지도관 총관장직까지 맡았다.
이씨는 70년대 중반부터 서울 명동일대 주류유통업에 손대 뛰어난 보스기질과 폭넓은 인간관게,사업수완,무술력을 발휘해 전남출신이 대세를 쥐고있던 서울 강남일대 주류유통업계까지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흉기를 쓰는 파렴치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전북출신 주먹을 장악,여타지역의 주먹들을 제치고 80년대들어 「주먹천하통일」을 이뤘다고 수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씨가 88년7월 호청련을 만든 무렵 전남 주먹계의 대부가 상경,일본도를 건네주며 『형님으로 모시고 따르겠다. 그러나 호청련이 결성취지에 어긋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한 일화가 이를 밑받침해주고 있다.
이씨는 한때 백호광업이라는 광산을 경영하기도 했으며 79년부터 서울 방배동에 덕윤산업이라는 광고기획실을 10년동안 운영하며 조직 및 이미지관리를 해왔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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