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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무서운 경쟁자 … 일자리 뺏길 것" 미 노조 반대도 만만치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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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진행 중인 미국 시애틀의 도심 웨스트레이크센터 주변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파견한 60여 명의 원정 시위대가 미국의 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 회원 400여 명과 함께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시애틀=연합뉴스]

"한국은 무서운 경쟁자다."(테아 리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 정책국장)

"한국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다."(한.미 FTA 반대시위에 참석한 미국 노조원)

3차 협상이 시작된 6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미국 노조원들이 한국의 원정 시위대 옆에서 반FTA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양국이 FTA를 체결하면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쉽게 진출하는 바람에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여론이 무조건 이를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 다양한 의견 나오는 미국=시애틀은 보잉.마이크로소프트.스타벅스 등 굴지의 기업들과 세계 6위의 컨테이너 항구를 갖추고 있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온 곳이다.

"시애틀의 여섯 번째 교역 국가인 한국과의 교역 확대를 위해 FTA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발로리아 러브랜드 워싱턴주 농업국장)

"한국은 지난해 시애틀에 35억 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이곳의 사과.배는 4만1000달러어치밖에 수입해 가지 않았다."(안드레아스 우드바이 타코마 무역센터 사무국장)

'열렬 환영'에서 '불만'에 이르기까지 온도차는 있지만 한.미 FTA가 미국 상품의 대한(對韓) 수출을 늘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했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테아 리 AFL-CIO 정책국장은 "한.미 FTA 체결로 미국 시장은 모두 열리지만 한국이 그만큼 시장을 열겠느냐"며 경계했다. 또 이날 연대집회장에선 "미국이 들어오면 한국 산업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한국 원정 시위대 옆에서 미국 노조원들이 같은 이유로 FTA 반대 구호를 함께 외쳤다.

◆ 달라진 미국 협상단 반응=미국 협상단도 이번 협상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협상단은 워싱턴 이외의 지역에서 벌이는 협상 중에선 최대 규모인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협상에선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선 없었던 수석대표의 기자회견을 처음으로 열었다. 또 국내 언론보도도 계속 모니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통역이 틀리거나 개성공단, 재벌 규제 등 민감한 보도가 나오면 정정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 협상단의 졸속 협상을 성토하고 있지만 정작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는 "김종훈 대표는 상대하기 어려운(tough) 사람"이라며 "한국 협상단 수(218명)가 두 배나 많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한국 시위대엔 경계="가장 강력하고 과격하기로 유명한 한국 시위대가 도착했다." 6일 시애틀 현지 언론들은 한국의 원정 시위대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도했다. 이들은 "1994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이래 최대 규모의 FTA 협상이 개시됐다"고 소개하면서도 관심은 온통 한국에서 온 원정 시위대의 움직임에 쏟았다.

시애틀은 99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반세계화 시위로 주방위군이 출동해 야간 통금을 실시하는 등 홍역을 치렀던 터라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농.민주노총 등에서 온 원정 시위대는 60여 명에 불과했지만 북.꽹과리.호루라기를 동원한 가두 시위에 행인들은 놀란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애틀 도심 6번가 일대에는 반세계화 시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경찰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기마경찰과 자전거 경찰까지 총동원됐다. 현장을 지휘하는 스티브 브라운 시애틀 서부경찰서장은 "시위대의 평화 시위 약속을 믿는다"면서도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시애틀=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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