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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당도 안중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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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의원 23명이 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들 의원 중 절반이 넘는 13명은 열린우리당 소속이다. 민주노동당은 소속 의원 9명 전원이, 민주당은 1명이 참여했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 간에 권한에 관한 다툼이 생겼을 때 헌법재판소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의원들은 FTA 협상에서 국회 권한의 침해 여부를 묻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심판청구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미 FTA 협상에 열린우리당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해 온 노 대통령에게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총론은 찬성, 각론은 협상'이라는 당 지도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어서 당.청 간 마찰과 당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대변해야 할 국회가 더 이상 한.미 FTA 협상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국회 FTA 특위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헌재에 소송을 낸 것을 두고 "스스로 국회의 책임과 역할을 포기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소송에 우리당 의원들이 참여한 것은 유감"이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저녁엔 김근태 의장 주재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다. 회의에선 "당정 협의라는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당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도 일부 의원이 궤도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도부는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엄중 경고'키로 하고 8일 열리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소송에 참여한 김태홍 의원은 민노당 의원 전원이 소송에 참여한 것과 관련, "민노당 의원들이 존경스럽다"며 "(민노당이) 안 받아주니 못 간다"고 했다.

◆ 권한쟁의심판 청구 의원

▶열린우리당(13명)=김태홍.강창일.유기홍.유선호.유승희.이경숙.이기우.이상민.이인영.임종인.정봉주.최재천.홍미영 ▶민주당(1명)=손봉숙 ▶민주노동당(9명)=권영길.강기갑.노회찬.단병호.심상정.이영순.천영세.최순영.현애자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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