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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공모제 없애고 직접 임명하는 게 떳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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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지가 8월 30일자부터 보도한 탐사기획 '2006년, 대한민국 공기업'시리즈에 대해 각계에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 내부 직원에서부터 재계 인사, 행정학 박사 등 여러 인사가 공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고, 일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을 취재팀에 보내왔다.

◆ "정부 지시 안 따르면 도전으로 간주"="통상 정부 부처의 팀장급(서기관) 수준에서 요구하는 일도 공기업이 거절하거나 난색을 표하면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 공기업 임직원이나 심지어 사장까지 바꿔야 한다고 들고 일어난다."

익명의 공기업 직원이 취재팀에 보내온 편지 중 일부다. 이 직원은 "정부 부처와 공기업의 관계가 어떤지 근본 원인을 알아야 올바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간섭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공기업은 정부와는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을 갖는 존재다. 그래서 정부가 지시할 때는 법규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이 법적 근거를 묻는 문서를 보내겠다고 초안을 잡아 공무원들과 상의하려 하거나, 적법 여부에 관한 조언이라도 구하려 하면 정부에 도전하는 것으로 문제를 확대한다. 그런 행위를 아예 할 수 없도록 길들이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한번 당하면 누구도 정부 실무팀장의 의사를 거스를 엄두를 낼 수 없다."

◆ "형식적 공모제, 차라리 폐지해야"=상공부(산업자원부의 전신) 출신으로 중소기업청 차장을 지낸 대한상공회의소 김효성 상임고문은 공기업 인사정책에 대한 제언을 보내왔다. 1997년부터 7년 동안 일곱 번에 걸쳐 정부투자기관과 국책은행의 기관장 추천위원을 지낸 김 고문은 "전문성을 강조한 참여정부가 오히려 이를 무시하고 임명하는 일이 많고, 공모 과정에도 일관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기업 내부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A기관에 응모한 후보가 적격자가 아니라서 추천위원들이 거부했는데 불과 몇 달도 안 돼 A기관과 아주 유사한 B기관의 장으로 임명된 사례도 있다더라"고 전했다.

김 고문은 "공기업 사장 임명권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갖고 있다"며 "차라리 공모제나 추천 같은 절차 없이 정부가 의중에 있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떳떳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모제가 지고지선의 제도는 아니다"며 "낙하산 인사라는 게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다면 정부 임명직의 점진적 축소같이 타협 가능한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민영화 중단기업 생산성 낮아"=한국생산성본부 연구원 출신의 반병길 박사(행정학)는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와 "민간기업과 공기업, 민영화가 중단된 공기업의 질적 성장을 연구한 결과 생산성이 가장 낮은 곳이 가스공사와 같이 민영화가 추진되다가 중단된 공기업이었다"고 밝혔다. 반 박사는 "현재 공기업은 양적 성장만 평가하고 있다"며 "질적인 부분의 생산성도 평가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본지 조인스닷컴(joins.com)과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관련 시리즈가 보도되면서 인터넷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네티즌(ID 'cost21')은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등의 '공익 장사'보도와 관련,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며 "혁신도시나 기업도시.행정도시 쪽은 아직 보상금이 다 안 나갔는데 이것이 풀리면 다시 또 부동산 거품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ad023'은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틀림없이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며 "공적자금을 공사 직원들이 갹출해서 내진 않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은하.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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