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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파트 실거래가는 '통계의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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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건교부는 올 상반기에 거래된 12만여 건의 아파트 실거래가를 공개했다. 앞으로 실거래가 자료가 많이 축적되면 부동산 시장 흐름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장보다 앞서 선제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건교부는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하면서 몇 가지 '친절한' 설명을 달았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해 보니 강남 3개 구의 아파트 가격이 지난 3~6월 사이 14.4%나 대폭 하락했고, 이는 3.30 대책 등 그동안 수행한 각종 부동산 정책이 주효했음을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8.31 대책 1주년을 맞아 정책효과가 가시화됐으면 하는 정부의 기대와 실거래가 분석 결과가 우연의 일치처럼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강남 3개 구의 아파트 가격 폭락을 건교부 발표대로 믿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실거래가 파악과 이를 이용해 부동산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실거래가 자료로 시장 상황을 알기 위해선 어떻게든 통계 처리를 해야 한다. 통계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는데 그것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것이다. 통계 처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경구(警句)다.

실거래가 자료는 부동산 가격 변동을 파악하는 데 가장 적절한 자료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자료가 장기간, 방대하게 축적돼야 한다는 점이다. 집이 매우 이질적인 재화이기 때문이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지역.층고.방향.전망.수리여부 등에 따라 집값은 천차만별이다. 집값 수준이 다르면 집값이 움직이는 원리와 변화 정도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통계 처리하면 잘못된 결과를 얻게 된다.

이번 건교부 발표는 3월과 6월에 거래된 모든 아파트들의 평당 평균가격을 단순비교했다. 강남 3개 구의 경우 6월의 거래 건수는 약 500건으로 3월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거래 건수가 작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3월과 6월의 표본 성격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3월에 거래가 있었던 개포동.가락동 등의 재건축 아파트, 타워팰리스 등 고가 아파트의 경우 6월에는 거래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3월과 6월의 평당 평균가격을 단순 비교하면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3월에는 초등학교.고등학교, 6월에는 초등학교만을 조사해 일인당 평균 식사량을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3월과 6월에 모두 거래가 있었던 지역만을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파악하는 것이 적어도 개념상으로 더 적절하다. 이 경우에도 집이 갖는 이질성을 모두 고려하지는 못하며, 표본 수가 너무 작다는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되도록 많은 표본을 이용해 같은 집의 매매가격을 추적하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타당한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는 수십 년간 축적된 1000만 건 이상의 모기지 자료를 이용한 가중반복매매가격지수(WRSPI)를 작성해 집값 변화를 파악한다. 같은 집이므로 위치.층고.방향.전망 등의 요인은 완벽하게 조정되는 셈이다. 표본이 매우 크므로 집 수리 등의 요인이 전체 결과를 왜곡시키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실거래가를 파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를 이용하기는 너무 이르다. 좋은 자료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겠지만 광범위한 자료가 축적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