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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40∼60% 수준/뒤떨어진 한국 기술/인력ㆍ투자도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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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컴퓨터 대만에도 뒤져
우리의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40∼60% 수준에 불과하며 기술개발투자는 물론 연구인력도 크게 뒤져 수출침체국면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일 상공부에 따르면 우리가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는 일반가공조립(자동화기술 제외)ㆍ압연기술 정도이며 설계등 핵심기술은 미 일 등 선진국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는 절반 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상공부가 매년 10명 내외의 전문가들로 평가단을 구성,우리의 공업기반 기술을 선진국의 기술과 상대적으로 비교해 만들어낸 수치다.
특히 컴퓨터는 대만에도 미치지 못하는등 기술이 뒤떨어진 결과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요즘처럼 수출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우리의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1차금속 합금기술은 40%,화학합성은 55%,기계설계는 60%,기계자동화기술은 30% 수준밖에 안된다.
또 전자설계는 50%,섬유염색처리기술은 45% 수준에 불과해 선진국으로부터 비싼 기술료를 주고 사오지 않을 수 없다.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낙후됐는데도 매출액에 대한 기술개발투자비율이 일본은 3.1%,서독은 3.8%이나 우리는 이보다 훨씬 낮은 1.83%에 그치고 있다.
인구 1만명당 연구원수도 우리는 12.5명인데 비해 미국은 33명,일본은 34명,서독은 22.1명이나 된다.
◎부품 고가 수입 불가피… 경쟁력 약화(해설)
수출부진의 원인으로 환율ㆍ임금상승ㆍ노사분규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뒤떨어진데 있다. 이 때문에 일본처럼 해외소비자의 구미를 당기는 새로운 상품을 때맞춰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핵심 설계기술이 선진국의 40∼60%에 불과하므로 주요부품을 사오거나 고가의 기술료를 지불하고 물건을 만들어 팔자니 제대로 경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수출 주종상품인 전자ㆍ자동차의 예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무비카메라의 경우 일본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전원 공급회로 설계 기술은 60%,소형경량화기술은 70%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용반도체ㆍ렌즈ㆍ헤드ㆍ모터ㆍ배터리 등을 모두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VTR는 국산화율이 90%,고화질 VTR는 50% 정도다.
이것은 제조공정만 얘기하는 것이고 돈을 주고 사들여온 설계도까지 포함하면 국산화율은 훨씬 떨어진다. 그러니 일본제품과 국제시장에서 경쟁이 될리가 없다.
자동차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흔히 우리의 국산화율이 95% 이상이라고 하지만 설계도를 사다가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50∼60% 수준밖에 안된다.
지난해 자동차 부문에서 7천만달러 어치의 기술도입을 했을 뿐만 아니라 14억6천만달러 어치의 부품을 수입했다. 특히 엔진분야는 미 일과 15∼20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차체조립공정의 99%를 자동화했으며 종업원들은 하루 8시간 근무중 10분밖에 쉬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미국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 엑셀은 미국시장에서도 도요타의 코롤라보다 겨우 8%(대당 7백10달러)가 싸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추자면 결국 기술력을 더욱 증강시켜 돌파구를 찾는 수밖에 없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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