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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수교 조기실현 가능성 있나/잇단 관련발언과 정부측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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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측 모두 북한의식 조심스런 접근/김영삼씨 방소때 연내수교 계기마련 기대
최근들어 한소 양측 정부관계자들과 학자들로부터 수교와 관련된 발언이 꼬리를 물고 있어 한소수교를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지난 15일 최호중 외무장관이 한소,한중 외무장관회담을 공개제의한 것을 신호탄으로 불붙기 시작한 한소 수교문제는 강영훈 총리와 노태우 대통령이 뒷받침해주고 소련 외무부의 게라시모프 대변인과 나자로프 주한 소련상공회의소장도 비슷한 발언을 함으로써 더욱 가속화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강총리는 22일 국회 국정보고에서 『소련과 멀지않은 장래에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대통령은 24일 한걸음 더 나아가 『중ㆍ소 방문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좀더 노력하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임기간중 방소 희망의 뜻을 피력했다.
사실 최외무장관이 한소 외무장관회담을 제의했을 때만 해도 실현가능성이 아직 희박한 「성급한 희망사항」이 아니냐는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강총리와 노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23일 당정확대회의에서는 김영삼 최고위원의 방소를 준비할 기획단에 최외무ㆍ이홍구 통일원장관ㆍ박철언 정무제1장관과 서동권 안기부장 등을 포함시키기에 이르렀다.
정부 고위층과 민자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소수교에 쏟고 있는 정부의 노력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한소간에 이미 수교에 합의해놓고 필요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외무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간에 상당수준의 의견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추측을 명확히 부인했고 게라시모프 소련 외무부대변인도 23일 동경에서 『현재로서는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보면 한소관계는 두 나라 모두 북한이란 존재를 의식,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긴 하지만 구한말이후 가장 바삐 접근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소련공산당중앙위가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포기하고 다당제를 채택하면서부터 수교문제를 집중공략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9일 모스크바 미소 외무장관회담에서 한반도문제가 공동성명에 포함됨으로써 우리 외무부는 판단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오는 6월초 열리는 미소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그같은 상황에 대비,22일 업무를 시작한 주소영사처를 공식대화채널로 활용하면서 김영삼 최고위원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잇따른 소련방문 편에 나름대로 연내수교를 위한 전략적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소련측이 공식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한 소련 관리나 학자들의 비공식 발언에 우리가 너무 일희일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소련의 연구기관인 IMEMO 초청으로 가는 김영삼 최고위원의 방소준비 기획단에 국가의 대외적 얼굴인 외무장관과 대북정책 책임자인 통일원장관을 포함시킨 것은 우리의 교섭입장을 난처하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소련이 45년간 동맹국인 북한을 저버리고 우리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는 한소관계를 정확히 보지 못하는 성급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북방외교는 1단계 목표인 동구권수교를 마무리 짓고 종착역인 소련ㆍ중국과의 수교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소련과의 수교로 북한을 끌어내 미ㆍ일ㆍ중ㆍ소에 의한 남북한 교차승인,유엔 동시가입으로 연결시키려는 정부는 수교를 시간문제로 보는 것이 확실하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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