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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명문’ 향토를 빛내는 우량스포츠팀<15>|마라톤 국가대표 김미경등 배출 83년 종별대회 전종목 휩쓸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만리포·연포해수욕장을 향한 길목에 자리한 태안(태안)은 인구 2만명의 작은 읍. 최근 들어 서해안개발붐을 타고 활기가 넘쳐있긴 하나 서산(서산)에서도 남서쪽으로 16km나 후미진 곳에 위치한 충남의 오지나 다름없다.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려 해도 선뜻 나서질 않아요. 그럴때면 절로 맥이 풀리곤 하지요.』
태안여상 육상부를 맡아 8년째 지도하고 있는 길준권 (길준권·36) 감독은 우선 선수확보부터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여건 속에서 꽃피운 태안여상 육상부는 이미 이 고장 명문뿐 아니라 한국여자 마라톤의 산실로 그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태안여상 육상부의 태동은 지난 82년3월 배구부의 해체가 계기가 됐다. 한때 전국4강에까지 올라 돌풍을 일으켰던 배구부가 선수확보를 하지 못해 해체된 후 박춘석 (박춘석· 58) 교장이 발벗고 나서 육상부를 창단하게 된 것이다. 당시 출범 멤버는 정난영(정난영· 24· 수자원공사) 김미경 (김미경·23) 이미숙(이미숙· 23) 서길선 (서길선·23· 이상 한전) 등. 이 가운데 특히 김미경은 중·장거리를 거쳐 마라토너로 변신, 국가대표로 성가를 떨쳤다. 고교재학시절 여자 중·장리 4개 종목의 한국 최고기록을 한꺼번에 경신, 각광받았던 김은 지난해말 은퇴했으나 87년 제2회 월드컵마라톤대회에서 수립한 2시간32분40초는 아직껏 한국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그 뒤를 이어 여자 중·장거리의 김동숙(김동숙·22·조폐공사) 이양순(이양순·20·논노) 주문자(주문자·19·관동대 1년)등이 차례로 대물림, 각종 대회를 석권하면서 학교명예를 한층 빛냈다.
지난 83년 종별선수권대회때의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이 대회에서 태안여상이 여고 중·장거리 전 종목을 석권하자 때마침 선수격려차 들른 전두환(전두환)전 대통령은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태안여상 운동회 하는 것 같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태안여상 육상부는 87년을 고비로 침체국면을 맞게 된다. 유망주 확보에 실패한데다 다른 팀에 비해 비교적 풍족(연간예산 2천만원)했던 재정지원도 절반이상 삭감되는등 2중고를 겪게된 것. 이 때문에 경기력도 현격하게 떨어져 지난 87년 제7회 유관순(유관순)열사의거 기념 전국역전마라톤대회에서만 우승했을뿐 그 밖의 전국대회에선 중위권에 머무르는등 신통찮았다. 『올해는 기필코 빛 바랜 명예를 되찾아 볼 각오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길감독이 이처럼 강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중학유망주 3명 (신정아· 김환금·김경숙) 이 가세, 팀 전력이 크게 강화된데다 재단측도 적극 지원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
현 육상부원은 모두 8명. 이중 3천m의 임상묵 (임상묵·17)과 주장 박양민(박양민·18)이 재건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선수 뒷바라지에 애를 먹기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 그나마 학교측의 배려로 합숙훈련 (매인사) 을 실시하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3년간 수업료면제는 빼놓을 수 없는 혜택중의 하나.
아쉬운 것은 84년부터 해온 한전과의 자매결연이 흐지부지되는등 외부후원회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측은 학교체육육성 (1교1기제) 차원에서 현 체육부 지원금을 교비나 육성회비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지원책이 서둘러 강구되길 바라고 있다.
짧은 연륜에도 불구, 혁혁한 성과를 남긴 태안여상 육상부는 태안읍민의 자랑이자 한국 육상발전의 밀알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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