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반도체 논문 한 해 70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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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를 만든 게 동국대 양자기능반도체 연구소(QSRC)다. 소장 강태원 교수는 "사무엘슨 박사의 칭찬을 듣는 순간 8년 전 연구소를 만들 때 당시 은사였던 고(故) 이영훈(IBM 선임연구원) 박사가 '국내에 반도체 이정표를 만들라'고 격려한 말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동국대가 양자기능반도체 연구소를 통해 '첨단 연구 대학'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동국대 하면 불교나 인문학을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를 떨치고 반도체 분야를 특화, 치열한 생존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 국내 최초로 첨단장비 도입=강 교수는 1981년 국내 최초로 프랑스서 100만 달러짜리 크리스털 성장장비(MBE)를 구입했다. 반도체 연구에 필수적인 결정소자를 만드는 장비지만 기계 사용법을 아는 사람이 한국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6개월간 씨름한 끝에 겨우 기계를 돌릴 수 있었다. 동국대는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99년 양자기능반도체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20여 명의 교수진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최근 3년간 인용지수(Impact factor:특정 기간 논문이 인용되는 빈도) 9.8의 논문을 SCI에 총 232편 냈다. 연구소에서 내는 논문이 연평균 70여 편이 넘는 셈이다. 국내외 특허도 24건 획득했다. 특히 형광등을 대체할 발광 다이오드 소자(LED) 조명은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 세계적인 경쟁력=연구소의 중점 과제는 강유전(强誘電).강자성(强磁性) 반도체다. 연구소 팀은 쌍극자 방향성을 세계에서 둘째로 발견했다. 강 교수는 "10년 후면 반도체 크기가 줄어드는 한계지점이 오기 때문에 거기에 대비한 새로운 기능의 소자가 필요하다"고 연구 목적을 밝혔다.

방향성을 도입해 만든 게 유전성 반도체다. 현재 이 성질을 가진 반도체는 한국 특허를 거쳐 미국 특허 최종심에 올라 있다. 이 팀의 권영해 교수는 "이를 계기로 이진법 연산을 사진법으로 바꾸는 양자컴퓨터의 기초 원리가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세계 반도체 전문가가 주목하는 과제"라며 "연구팀이 3~4년 후에 성과를 나타내고 40년 후에는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 연구원도 몰려와=연구원들의 국적은 러시아부터 인도.우즈베키스탄까지 다채롭다. 4년째 근무 중인 가나파티 박사는 이 분야에서 MIT와 스탠퍼드대에 이어 세계 3위로 꼽힌다는 인도 IITB(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Bombay) 출신. 그를 계기로 연구소는 5월 인도 IITB와 자매결연을 했다. 가나파티 박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갈 수도 있었지만, 팀의 잠재력을 믿고 동국대로 왔다"고 말했다.

◆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이 센터의 학생 97명은 웬만하면 연구실을 지키는 붙박이들이다. 석사과정 김성우(25)씨는 "선배들은 '미래를 본다면 교수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서 팀에 남아 있어라'고 충고했다"고 귀띔했다.

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반도체 물리학은 약해 창의적 구조 생산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격적 구조를 만들어 장래 국제반도체물리학회(ICPS)를 선도하는 나라까지 만들어 놓겠다"는 게 연구원들의 소망이다.

글=이원진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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