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명문’향토를 빛내는 우량 스포츠팀<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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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남도 제주에 봄의 화신(화신)이 상륙하고 있다.
서귀포벌판의 유채꽃이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는가 하면 한라산 기슭의 보리밭도 훈풍을 받아 푸른 빛깔이 더욱 짙어졌다.
86년 창단이후 국내성인체조의 정상으로 군림하고있는 제주은행 여자 체조팀도 봄을 맞으면서 시즌오픈을 앞두고 훈련장이 더욱 부산해졌다.
창단 때부터 팀을 지도해온 심광식(심광식·39) 감독과 6명의 정예선수들이 올해도 정상을 지키기 위해 한라 체육관 플로어를 땀으로 적시고 있다.
대학최강의 하나인 제주대 핸드볼팀과 함께 제주도민의 자부심을 지켜온 제주은 체조팀은 86년초 창단이래 전국종별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을 거의 석권하면서 가장 도민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팀의 하나가 되었다. 특히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제주도가 획득한10개의 금메달 가운데 체조에서 4개씩이나 보태 효자종목(?)으로 큰 몫을 해냈다.
도내 유일의 실업 운영팀으로 제주은이 이토록 괄목할 성적을 내게 된 데는 초대감독으로 지금까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심광식감독의 헌신적인 노력과 박병식(박병식·59)은행장의 물심양면에 걸친 지원이 절대적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제주체육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제주은에 눈에 띄는 스타는 없다. 그러나 전 선수가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 기복 없는 기량으로 각종 대회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있는 것이다.
제주도에는 중·고체조팀이 하나로 없는데다 육지선수들은 입단을 꺼리는등 선수스카우트가 가장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은의 정상등정은 더욱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제주대에 야간학과가 개설 돼 현재 3명의선수가 대학생활을 하고 있고 현역을 떠난 선수에겐 은행측이 행원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심 감독은 기대하고 있다.
훈련여건도 창단초기에 비해서는 크게 나아졌으나 아직도 전용체육관이 없어 중학교운동장과 한라 체육관을 오가며 연습하고 있다.
따라서 부상의 위험성이 큰 고난도 기술훈련은 비트시설이 갖춰진 서울의 학교체육관을 빌려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딱한 실정이다.
또한 도내에 다른 체조팀이 없어 각종 대회에서의 십판 배정에도 불리할 때가 많다는게 체조인들의 지적이다. 팀의 코치가 주로 십판으로 나서는 현실에서 향토팀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
그러나 심 감독은 올 시즌에도 큰 희망을 가지고 있다.
수원여고 출신의 유망주 서윤희(서윤희)가 새로 가세한데다 은행측에서도 체조팀의 그동안 성적을 감안,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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