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수' 일색 애널 보고서 퇴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매수'만 있고 '매도'는 없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감독이 강화된다.

금융감독원 전홍렬 부원장은 5일 "국내 증권사 기업 리포트는 '매수' 의견이 80%에 육박하는 반면 '매도' 의견은 거의 없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며 "증권사 내부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적절한 투자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79%가 '매수'=금감원의 분석 결과 올 1~5월 나온 기업보고서의 투자 의견 중 '매수'와 '중립'은 각각 79%와 20%였고 '매도'는 1%에 불과했다.

금감원이 '매수' 의견 일변도인 기업보고서에 '칼'을 대기로 한 것은 지나치게 관대한 투자 의견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코스닥 시장의 반도체 LCD 장비업체 파이컴에 대해 올 5월 증권사들은 '독과점적 지위 누리는 장비업체' 'IT 업체 중 최고의 수익성' 등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며 '매수' 의견을 냈다. 당시 이 회사 주가는 1만4000원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1만7000~1만8000원으로 잡았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계속 하락했지만 증권사들은 자신들의 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7월 중순에야 국내 증권사들은 '하이닉스에만 의존하는 매출구조' 등을 내세우며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그러나 당시 주가는 7480원으로 곤두박질한 뒤였다.

여기에 증권선물거래소도 이런 장밋빛 전망 일색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올 초부터 증권선물거래소가 시행하고 있는 코스닥 종목 발굴사업인 코스닥 리서치 프로젝트(KRP)는 기업 분석을 희망하는 상장사가 낸 돈으로 증권사가 분석보고서를 써주는 사업. 분석 대상 회사가 돈을 내다 보니 좀체 비판적인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렵다. 특히 KRP 분석 대상으로 두 차례 보고서가 나왔던 VK가 부도를 내면서 KRP 무용론까지 나왔다.

◆실효성엔 의문=업계에선 금감원의 지도 강화 방침엔 공감하면서도 효과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율 규제 이외에 대안이 없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2004년에도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사후점검 시스템과 애널리스트 등록제, 책임인증제를 도입했지만 이후 '매수' 의견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매수' 의견은 2004년엔 71%, 지난해는 74%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 비중은 60% 전후에 머물고 있고 '중립'과 '매도'가 40%를 차지한다.

전 부원장은 "저평가 종목의 주가 상승을 예측하기보다 고평가 주식을 가려내기가 더 쉽기 때문에 미국은 7 대 3 비율로 '매도' 의견이 많다"며 "국내는 해당 업체의 반발과 투자자 항의 때문에 소신 있는 분석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