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서 점수 올린다" 체벌도 당당히 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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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밤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니 간판이 딱 세 부류로 정리되더군요. 학원.식당.부동산…. 충격을 많이 받았죠."

2년간 미국에서 지내다 지난해 대치동으로 이사온 安모(42)씨는 첫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대치동의 10대 인구 1백명당 입시학원 수는 0.639개. 강남구 평균인 0.364개의 2배, 서울(0.249개)과 전국(0.245) 평균의 3배 수준이다. 새로운 형태의 학원이나 과외 시스템은 대부분 대치동에 제일 먼저 소개된다. 최근에는 '합숙 과외'라는 새로운 과외가 등장했다.

대치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지만 수업은 경기도 분당 등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 학생들은 주말이나 휴일에 학원장이 잡아놓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숙식하면서 과목별 전문강사로부터 1대1 또는 2대1 과외를 받는다.

학원장은 아이들에게 용돈까지 주는 등 모든 생활까지 책임진다. 과목당 수업비는 50만~3백만원. 학원장은 과외비와 숙식비.용돈까지 학부모에게 청구한다.

아이들을 때려서 유명해진 학원도 있다. S학원은 학부모 설명회에서 체벌 시연을 한다. "이렇게 해서 70점에서 90점으로 성적이 올랐다"는 학원 측의 설명에 학부모들은 박수까지 친다.

이 학원 金모(56)원장은 "때리는 것이 우리 학원의 장점"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자습실에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자물쇠반'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자물쇠를 잠그는 건 아니지만 집에 가면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을 상대로 강사가 출입을 통제하는 식이다.

대치동 학원가는 학생의 수준이나 학부모의 욕구에 따라 세분화된다. 학부모 朴모(36)씨는 "초등학생만 해도 학원이 1~2년 선행학습학원, 복복습학원, 경시.올림피아드 준비학원 등으로 나눠져 있다"고 말했다.

암기과목 과외는 기본이고 최근엔 '골든벨 과외'도 등장했다. 한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퀴즈 프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취직시험 등에서 요구되는 상식 실력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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