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미의 어뢰' 8승 명중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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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콜로라도 로키스의 김병현이 LA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회 말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고 있다. 5전 6기로 시즌 8승을 거뒀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3일 오후, 캘리포니아의 반짝이는 태양 아래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4만4895명의 관중은 홈팀 LA 다저스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시즌 상대 전적 12승3패, 특히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8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다저스가 또 한번 햇볕처럼 따스한 승리를 가슴에 안겨주기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저스 팬들의 기대는 '핵 잠수함'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그 잠수함은 다저스 타자들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어뢰를 펑펑 쏘아댔다.

김병현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다저스를 상대로 시즌 8승째를 올렸다. 약팀의 열세를 딛고, 상대의 안방에서 거둔 빛나는 승리였다. 개인적으로는 지난달 3일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시즌 7승째를 올린 뒤 다섯 번의 등판에서 4패만을 기록한 부진을 씻는 승리였다. 김병현은 시즌 8승10패, 평균자책점 5.35를 기록해 자신의 시즌 최다승(9승.2003년) 경신은 물론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즌 두 자리 승수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김병현을 부진에서 꺼내준 것은 '힘'이 아니라 '템포'였다. "주자만 나가면 마운드에서 서둘러 힘이 앞서고, 그러다가 자기 스스로 템포를 잃고 흔들린다"는 로키스 클린트 허들 감독의 지적대로 김병현은 지나치게 힘을 앞세우는 패턴에 스스로 무덤을 파곤 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힘을 앞세우지 않고 낮은 공을 위주로 홈플레이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와 완급 조절, 그리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를 보이는 노련미가 김병현 승리의 열쇠가 됐다.

김병현은 6과3분의2이닝 동안 8안타와 볼넷 3개를 내줬지만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고, 7-2로 앞선 5회 말 1사 만루에서는 상대 5번 타자 앤드리 이디어의 강습타구를 글러브로 막아낸 뒤 유격수-1루수로 연결하는 병살 플레이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허들 감독은 "BK의 그 수비가 오늘 최고의 플레이였다"며 칭찬했다. 로키스 타자들은 김병현의 안정된 투구 속에 타선이 폭발, 12-5로 이겼다. 말수가 적은 김병현도 이날만큼은 "나갈 때마다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이태일 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5일자 25면에 실린 '김병현 노련미의 어뢰 8승 명중하다' 기사 가운데 김병현의 올 시즌 성적은 8승7패가 아니라 8승10패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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