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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령화, 편의점도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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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효고(兵庫)현 아와지시마(淡路島)에 사는 이노우에 수에코(83) 할머니는 요즘 매일 집 앞 편의점을 찾는다. 다른 편의점은 통로 폭이 좁지만 이곳은 수퍼마켓처럼 넓기 때문에 할머니가 카트를 끌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 게다가 선반도 낮아 물건 집기가 쉽다. 이노우에 할머니는 "오후 6시 넘어 자정까지 쇼핑하며 소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며 즐거워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일본의 편의점 업계가 이렇게 노인 고객을 겨냥한 각종 편의시설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로손 체인이다. 로손은 올 7월 아와지시마점을 열면서 노인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격표의 글씨 크기를 큼지막하게 바꿨다. 자동문도 설치했으며 고가의 안마의자도 가져다 놓았다.

로손은 지난해 매출 성장률(올 2월 결산 기준)이 2004년보다 7.2%포인트나 떨어지자 노인 고객 쪽으로 눈을 돌렸다. 노인들이 집에서 멀고 복잡한 대형 수퍼보다 가까운 편의점을 더 좋아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실제 고객 가운데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4.8%에서 10.4%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보다 중장년층과 노인 고객이 더 많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체인은 아와지시마점을 시작으로 '노인 편의 강화형 점포'를 올 연말까지 모두 11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앞으로 일본 전체 8400개 점포 중 1700곳에 노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경쟁업체들도 노인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도쿄(東京) 일대의 5700여 점포에서 고령자를 위한 쇼핑 대행과 무료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훼미리마트도 돈가스나 튀김처럼 기름진 반찬이 없는 노인용 도시락을 판매하고, 서클K도 노인층이 좋아하는 일본식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 코너를 강화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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