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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겸직의원/자기이익 따라 입법활동/이철의원이 밝힌「로비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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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임위ㆍ국감서 압력 예사로/윤리규정 도입… 어길땐 도태 시켜야
박재규의원이 독직사건으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국회의원의 윤리성문제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동해재선거 후보매수사건과 박의원 독직사건,그리고 국정감사 과정에서 일부 겸직의원들이 이권개입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등 추문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는 의원윤리헌장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차제에 아예 의원의 겸직을 금지하자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지라면파동당시 국회보사위의 대정부질문 석상에서 당국에 적발된 5개 식품업체의 하나인 부산유지의 명예회장이던 석준규의원(구민주당)은 식품업체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일관하다 여론의 집중타를 맞은 끝에 결국 부산유지와 유정농산(사료원료생산)등 자신의 2개 기업이 도산되는 불운을 겪었다.
석의원측은 『아직도 억울하다는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정치에 전념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케이스는 의원들이 겸직허용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데 대한 국민들의 눈총이 얼마나 매서운가를 일깨우는 예가 되고있다.
이철의원(무소속)은 최근 현직의원들의 겸직현황과 함께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1백40개법안이 어떤 겸직의원들에 의해 처리되었는가를 조사한 「상임위별 겸직의원과 관련한 법률안」자료를 내놓았다.
이의원에 따르면 상당수 의원들이 「전문성」을 내세워 자신의 전ㆍ현직과 관련된 상임위에 소속돼 있으나 법안의 처리과정에서는 전문성보다는 「잇속차리기」에 더 열중한 흔적이 많다는 것이다.
이의원은 『특히 이번 정계개편과 민자당의 출범을 계기로 거대 집권당을 등에 업고 민생과는 무관하거나 배치되는 법안들이 양산될 우려도 없지 않다』며『국회의원이 이해당사자인 경우 상임위 배치나 발언ㆍ표결등에서 적절히 제한받는 장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료중 몇 대목을 보면­.
◇상공위=강성모의원(린나이코리아사장ㆍ전한국가스석유기기협회장)이 심의에 참여한 전기용품 안전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용품 제조의 허가제를 등록ㆍ신고제로 완화.
신영국의원(남북주식회사대표)이 발의했던 수출검사법 폐지법률안은 현행 수출품 검사제도를 폐지해 수출활성화를 꾀한다는 취지이지만 불량수출품ㆍ밀수등으로 국위손상 우려.
◇재무위=김동규의원(전대우사장)등이 심의한 특별소비세중 개정법안은 전자제품ㆍ승용차의 특소세를 대폭 인하했고,법인세법중 개정법안은 기업결손금에 대한 이월 공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 심정구의원(마을금고인천지회장ㆍ선광공사사장)이 심의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은 임원의 임기를 3년으로 연장.
◇보사위=의사인 신영순ㆍ황성균ㆍ송두호ㆍ박병선의원과 한의사인 안영기의원(대한한의사협회장)등이 심의한 국민의료보험법안은 의료보험「지정」병원을 「계약」병원으로 변경해 의사회 결의로 계약파기가 가능하도록 했고,한의사 아닌 침구사의 의료행위는 금지.
△문공위=김인곤의원(광주경상대이사장)이 발의한 사립학교법개정안은 이사장 직계존비속의 학교장 임용금지 규정을 폐지. 광주경상대는 지난해 종합대 승격과 함께 정원도 4백80명 증원.
◇건설위=이인구(계룡건설 산업사장)ㆍ김운환(세운주택대표이사)ㆍ김주호(건화건설사장)의원등이 심의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개정에 관한 건의안」은 「준공 20년경과 건물 재건축」 규정을 「준공15년 경과 건물 재건축」으로 변경,주택경기 활성화 유도.
이 자료에 예시된 법안들은 물론 상임위를 떠나 본회의도 거쳤기 때문에 해당의원들의 이익만 반영됐다고 볼수는 없을 수도 있다. 또 문외한이 전문성을 요하는 상임위에 소속되는 일도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에도 의원이 소관상임위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경우 이를 배제하는 규정을 두는 나라는 거의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미국의회에서는 농업위원회에는 농업주출신의원이,국방위원회에는 방위산업체가 있는 캘리포니아주ㆍ뉴욕주 의원들이 배정된다.
각국 의회는 상임위배정에서 법률규정보다는 전문성ㆍ지역대표성ㆍ당선횟수ㆍ개인적 선호도ㆍ이해관계등 여러요인을 감안해 각 정당이나 교섭단체의 내부사정에 따라 배정된다고 한다.
또 호주ㆍ필리핀ㆍ영국ㆍ스웨덴등은 안건이 의원의 직접적ㆍ개인적 이해관계와 일치할 경우 표결권을 제한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국가는 이같은 제한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의원개개인의 윤리의식ㆍ공인의식이 가장 큰 관건인 셈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촉진키 위한 의원윤리헌장의 제정도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상원윤리규정의 경우 「선물」에 대한 규정도 「상원의의원ㆍ직원및 고용원 또는 이들의 배우자나 부양자는 의회에 계류중인 법률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ㆍ단체 또는 기관이나 외국인으로부터 연간 총액 1백만달러를 초과하는 선물을 그 정을 알고 직접 또는 간접으로 받아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치밀하게 제한하고 있고,이를 위반한 것이 밝혀지면 정치생명에 치명적 손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잇속차리기」에 나서면 정치적으로 매장되는 풍토가 조성되고 각정당도 엄격한 자격심사등을 통해 이런 의원들을 제외시키는 체질 개선작업이 필요할 것이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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