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포기 인문고생에 직업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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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문교당국의 인문계고교 취업교육 강화방침에 따라 각 인문계고교에 직업기술교육을 위한 취업반이 속속 신설되거나 신설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3 진급을 앞둔 학생들 가운데 본인의 실력이나 적성상 대학진학을 포기해야할 처지에 있는 학생들이라면 더이상 대입준비생의 들러리로 머물지 말고 과감히 취업반에 들어가 직업교육을 받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 하겠다.
◇현황 및 추세=서울지역의 경우 인문계고교의 취업반운영은 한때 무척 활발했으나 80년대 중반부터 희망자가 계속 줄어드는 바람에 현재는 송곡고·무학여고등 10여개 교만이 상업계열의 취업반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공업계열의 취업반은 교육시설과 장비확보의 어려움등으로 인해 85년 이후 절멸상태다.
서울시교위는 최근 사회적으로 상업계보다도 공업계 기능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공업계 기술교육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당초 고교 미 진학자의 직업교육을 맡아왔던 아현직업학교와 서울직업학교를 인문계고교 3년생의 직업기술 위탁교육기관으로 전환시켰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1월22일 문교부의 고교교육과정 개정고시에 의해 법적으로 뒷받침됐다.
이에 따라 오산고·양천고·잠실고·홍대부여고등 30여개 교가 늦어도 3월 중순까지 희망학생을 모집, 취업반을 구성해 이 두학교에 직업기술 위탁교육을 시키기로 방침을 세웠다.
오산고의 임동억교감은 『진학 포기자들에 대한 직업교육은 꼭 필요한 제도』라며 『우리 학교도 현재 취업반 희망자를 모집중인데 기대이상으로 많은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교육=직업기술 위탁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소속학교를 통해 늦어도 3월말까지는 입학신청을 해야한다.
소속학교에서 취업반(30명이상)이 편성되면 월요일은 소속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화∼토요일은 직업학교에서 전문교육을 받게 된다. 취업반이 편성되지 못해 개별적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낮에는 소속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받고 밤에 전문교육을 받는 불편을 겪게된다.
개별적으로 입학하는 학생은 고교교육과정상 직업과정적용을 못 받기 때문에 일반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이수단위를 모두 채워야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
아현직업학교의 경우 전자·디자인·자동차정비·상업·정보처리·의상·자수·미용 8개과에 걸쳐 주·야간 6백명씩 모두 1천2백명, 서울직업학교의 경우 기계공작·용접·자동차정비·배관·냉동기계·전자·통신·전산등 8개과에 걸쳐 주·야간 4백명씩 모두 8백명을 모집, 1년간 이론 40%· 실기 60%의 비율로 직업훈련을 실시하게 된다.
아현직업학교의 이희선교장은 『이곳에서 열심히 기능을 익힌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의뢰가 들어오는 기업들 중에서 조건이 좋은 곳을 골라 취업하고 있다』며 『대학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은 일찌감치 방향을 전환,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받도록 하라』고 권하고 있다. 직업학교 입학자에게는 등록금·교과서 대금등 일체의 교육비가 무료며 이수자에게는 취업알선, 전문대(야간) 특별전형입학(2급기능사 자격취득자에 해당), 방통대 및 개방대 진학(취업자에 해당)등 특전도 주어진다.
◇문제점=학생과 학부모들의 대학진학욕구가 너무 강렬하고 직업기술교육에 대한홍보도 부족해 취업반 희망자가 성큼 나서지 않고 있다.
일선교사들은 『도저히 대학진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권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취업반 성원이 잘 안돼 희망자들이 개별적 입학으로 어러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업교육 도중 중도 탈락자가 많다는 것도 큰 문제.
양천고의 성기찬교장은 『지난해 57명의 학생을 직업학교에 보냈으나 이중 40명이 중도 포기했다』고 말하고 『직업학교측에서 철저히 학생들을 지도, 낙오자가 없도록 배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는 이 같은 직업훈련 위탁교육기관이 없어 취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이 있어도 교육시킬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사항.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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