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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세종체임버홀에 선 양성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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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연주자가 코앞에서 연주하는데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홀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도 잘 들리는 홀이 있다. 서울 세종체임버홀은 후자다. 객석 뒤쪽으로 갈수록 좌우 벽면의 간격이 좁아져 커다란 첼로를 눕혀 놓은 듯한 이 무대는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피아니시모까지 잘 들릴 정도의 음향 조건을 갖췄다. 프로그램 넘기는 소리가 엄청난 소음으로 다가올 정도다. 관객도 정숙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세종체임버홀은 훌륭한 연주는 더욱 훌륭하게, 모자라는 연주는 가혹하리만큼 그 결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무대다.

1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전곡 연주회에 나선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은 이 무대 위에서 첼로의 다채로운 음색을 끝간 데까지 펼쳐보였다. 16일까지 계속되는 세종체임버홀 개관 페스티벌 가운데 피아노 독주회를 제외하면 독주 악기 하나 달랑 들고 무반주로 연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객석 바닥에 공조 시스템을 분산해 에어컨 소음을 최소화했음에도 연주자는 공연 시작 전 주최측에 에어컨을 꺼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울림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던 지난해 5월 명동성당 공연과는 전혀 다른 음향 환경이 됐다. 객석을 감싼 정적감 덕분에 첼리스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모까지 폭넓은 영역을 종횡무진 오갔다.

잔향은 길고 명료도는 약한 홀에서 연주할 경우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부분에서는 음표를 하나씩 꼼꼼하게 연주해도 별 효과가 없다. 그래서 큰 그림만 그려놓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얼버무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양성원은 어느 음표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음정 하나하나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했다. 세종체임버홀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첫 곡으로 연주된 모음곡 제1번 G장조는 귀에 익숙한 곡이어서 풍부한 톤을 못 내고 놓쳐버린 음들이 옥에 티처럼 들렸으나 제4번, 제5번 모음곡 등 뒤로 갈수록 자로 잰 듯 정확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다.

양성원의 바흐'무반주 모음곡'전곡 연주회 두번째이자 마지막 무대는 8일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다. 모음곡 제2번, 제3번, 제6번을 들려준다. 02-399-1114.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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