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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HP 대학생 체험단' 미 글로벌 기업을 배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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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글로벌 체험단에 선발된 한국 대학생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MS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MS 쇼룸도 견학했으나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북서부 시애틀 인근의 레드먼드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직원들은 이곳을 '메인 캠퍼스'라고 부른다. 한국HP 공모전을 거쳐 선발된 한국 대학생 16명이 방문한 '캠퍼스'는 대기업 본사라기보다는 자연공원 같은 분위기였다. 캠퍼스 곳곳에는 각종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22개의 '카페'가 임직원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카페에서 소비되는 음료수만 연간 200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방문자센터의 회의실에 MS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대부분 청바지 같은 편한 옷차림이었고, 반바지를 입은 직원도 있었다. 대학생들은 글로벌 기업의 근무환경과 입사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대학생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HP와 인텔 본사, 시애틀의 MS 본사를 방문했다.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세요=한 공대생이 대학원 진학을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자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입사해 매니저로 일하는 브랜든 윤이 답변했다. "MS에서는 석.박사 학위가 있는지, 어느 대학 출신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선수'가 되는 게 중요하지요. 처음부터 너무 멀리 내다보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깊게 파 보세요." 6년 전 MS에 입사한 이승호씨는 "나는 대학 중퇴생이었지만 데이터베이스(DB)에 관심이 많아 그것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며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DB에 관한 실력을 MS가 인정해줘 입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게임기인 X박스 분야에서 일하는 켄 심은 벤처기업을 하다 실패한 뒤 입사한 자기 경험을 들려주며 "취미를 우습게 여기지 마라"고 당부했다. 심씨는 천문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재미삼아 닌텐도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것이 인연이 돼 줄곧 게임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직책.직급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말고, 재미있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식' 입사지원서의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 지사에서 3년간 일하다 본사로 온 조은지씨는 "한국인 가운데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 혹은 '시키는 일 다 하겠다' 하는 식으로 지원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인사담당자에게 전혀 감동을 못 준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업무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한다=입사 12년차인 신현선씨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기 엄마가 일하기 좋다는 점에서 MS는 좋은 직장"이라고 했다. 조은지씨는 "(한국 기업에서처럼)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할 수 없이 일한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다들 자기 일을 좋아하고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 개발자(프로그래머)의 모습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개발자로 일하다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관리자로 바뀌는데 MS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브랜든 윤은 "MS에서는 임원이면서도 한 명의 부하 직원 없이 개발업무만 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교회에서 일하다 입사한 팀 김은 "돈을 목적으로 회사에 다니면 오래 다니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낭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애틀(미국)=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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