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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에 「문화공간」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경제성장과 함께 도시·농촌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경제여건과 함께 정신적 가치 추구를 위한 문화혜택이 폭넓게 뒤따라줘야 하는데 농촌지역 주민들은 정서순화와 문화의식을 높여줄 문화공간은 커녕 생활에 필수적인 목욕탕 하나 제대로 없이 살고있다.
모든 시설이 도시중심으로 편중되면서 농민들은 상대적 빈곤감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무료하기 그지없는 생활을 강요받거나 아예 체념적인 상태인데 특히 바쁜 농번기보다 노는 날이 많은 농한기에 접어들면 경제적 빈곤까지 겹쳐 이중 삼중으로 멍들고있다.
이를 틈타 어느 사이에 서구적 향락·퇴폐문화가 고개를 들고 도회지의 병폐인 과소비 현상·투기현상까지 편승, 이에 대한 면역성이 없는 농촌을 마구 피폐시키고 있다.
젊은 층들은 선정적이고 과소비를 조장하는 무분별한 TV 광고를 보고 극심한 패배감에 빠져 농촌 현실과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으로 정신적 공동화 현상까지 빚게 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경우 마땅한 놀이공간이 전무한 상태에서 선정적 향락문화의 유혹에 많은 갈등을 겪다 끝내 가까운 인근 도시로 몰려가 향락가를 배회하거나 우발적인 사고의 주역이 되곤 한다.
특히 성인과 쉽게 구별할 수 없는 옷차림을 한 청소년들은 나이트클럽이나 미성년자 관람불가라고 쓰여진 극장가에 버젓이 출입하면서 환락에 탐닉, 유흥비를 마련키 위해 강도·살인범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경제적인 균형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도시나 농촌이 문화적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근본대책이 정책적인 차원에서 뒤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의 골목길까지 파고든 향락·퇴폐 업소와 문화적 소외감을 느끼는 농촌주민들의 동요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 현실은 이렇다할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행정관청의 단속 일변도의 임기 응변식 대처보다는 근본적인 항구대책을 세워 예산이 없다는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출향 인사들이나 뜻 있는 독지가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조그만 전시실 하나, 조그만 소극장하나라도 건립해 건전한 문화창구의 역할을 시도해 봐야할 것이다. 김철수<전남문협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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