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 '류현진, 공만 잘 던지면 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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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신인' 류현진(19·한화)이 2일 김인식 한화 감독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전날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대한 질책을 받고서다.

류현진은 전날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9피안타 6실점(4자책)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안타 허용수도 많았지만 이종욱·고영민 등에게 빠른 발을 가진 주자들을 견제하지 못하고 뛰도록 내버려둔 게 패인이었다. 특히 5회에는 1루수 김태균과 공을 주고 받는 사이 3루 주자 이종욱에게 홈 베이스를 허용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벤치에 앉아 있던 김 감독은 류현진이 곁에 모습을 드러내자 "너는 마운드에서 정신을 어디다 놓고 있어?"라면서 다짜고짜 쏘아부쳤다. 이어 "빠른 발을 가진 주자가 출루하면 당연히 뛴다 생각하고 견제를 해야지 그대로 놔둬? 공만 잘 던지면 다야? 수비도 잘 해야지 투수지"라며 따끔하게 꾸짖었다. 이에 류현진은 모기같은 목소리로 "네, 네"만 연발했다.

김 감독이 류현진을 불러 혼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류현진은 다승(16승)·평균자책점(2.38)·탈삼진(177개) 부분 1위를 석권하며 선동열 이후 역대 2번째로 '트리플 크라운'을 넘보고 있다. 김 감독도 평소 사석에서 "류현진이 없었다면 올 시즌 큰 일 날 뻔했다"고 말할 정도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고 싶는 심정일까. 김 감독은 이날만큼은 "류현진은 아직 더 배워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일간스포츠 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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