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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권력기관 된 참여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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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표적 시민단체로 손꼽히는 참여연대의 전.현직 임원들이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에 대거 진출했다고 한다. 연세대 유석춘 교수팀의 분석 결과다. 지난 12년간 전체 임원 중 3분의 1이나 되는 150명이 313개의 정부 고위직,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국무총리.부총리.장관 등 권력 핵심부로 나아갔을 뿐 아니라 단체의 핵심 인사들이 다수의 공직을 겸하며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한다.

참여연대는 "각계각층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가권력을 감시하고(중략)"라고 정관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참여연대가 본연의 역할을 망각했거나 아니면 입으로는 권력감시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권력화.관변화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력 감시를 하겠다는 이들이 어떻게 권력에 참여해 스스로를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연계를 맺은 이들은 비판보다는 조언, 감시보다는 이해나 협조에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 위원회 공화국인 노무현 정부에서 '참여정부의 정책=참여연대의 정책'이란 지적은 각종 위원회에 전방위로 포진해 있는 참여연대 인사들이 자초한 비판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근 활동가들은 임원들의 공직 진출과 상관없이 비판 기능을 다해 왔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통계는 결국 시민단체라는 명분을 이용해 입신출세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권력과 시민단체가 거리 두기는커녕 한 몸이 됐으니 이게 무슨 시민단체인가. 특히 일부 인사는 정부직뿐 아니라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 경우도 많다. 이 정부 들어 시민단체의 그럴 듯한 직책을 명함에 새기면 공직 진출에 가속도가 붙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참여연대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각종 비리와 부패.인권 유린에 목소리를 내 왔던 공적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단체가 이제 정부 보조단체쯤으로 타락한다면 모두에게 불행이다. 참여연대가 아니라 권력에의 참여연대라는 시민들의 질타를 받지 않도록 쇄신하라.